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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_BIFF] 정일성 촬영감독 "지금의 나 있게한 것? 함께 작업한 38명의 감독들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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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부산=조지영 기자] 정일성(90) 촬영감독이 "지금의 나를 만든 건 함께 작업한 38명의 감독들이다"고 말했다.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 주인공으로 선정된 정일성 촬영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1955년 고(故) 김학성 촬영감독의 촬영부로 영화계 입문, 1957년 영화 '가거라 슬픔이여'(조긍하 감독)으로 촬영감독에 데뷔한 정일성 촬영감독은 2007년 개봉한 '천년학'(임권택 감독)까지 무려 50년간 수많은 한국영화의 촬영 역사를 일궈온 장인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촬영 세계를 구축한 촬영의 신(神)로 손꼽히는 대가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격조와 파격의 예술가'인 정일성 촬영감독을 한국영화 회고전 주인공으로 선정, 그의 대표작 '화녀'(71, 김기영 감독) '사람의 아들'(80, 유현목 감독) '최후의 증인'(80, 이두용 감독) '만다라'(81, 임권택 감독) '만추'(81, 김수용 감독) '황진이'(86, 배창호 감독) '본 투 킬'(96, 장현수 감독) 등 총 7편을 조명할 예정이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일성 촬영감독은 못 다 이룬 영화의 꿈에 대해 "사람이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죽는 사람이 어디있겠나?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 나는 영화 인생에 있어서 지금까지 함께 작업을 해온 감독이 38명이다. 많게는 한 감독과 20여편의 작품을 같이 하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1편의 작품으로 인연이 끝난 감독도 있다. 이런 감독들을 떠올렸을 때 내가 오늘까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3분의 1은 함께한 감독들의 힘인 것 같다. 또 1년이면 6개월 이상 촬영장, 집 밖으로 다녔는데 집을 홀로 지켜준 내 아내에게 3분에 2를, 나머지 3분의 1은 나의 능력이 만들어준 것 같다"고 진심을 전했다.

그는 "'영화가 뭘까?'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내가 했던 영화 중에 다시 정리를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기도 하다. 물론 영화라는 게 나 혼자 정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나를 모르는 젊은 감독이 느닷없이 어느날 찾아와 '같이 영화하고 싶다'고 했으면 좋겠다. 길이 없는 들판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은 있다"고 식지 않는 영화 열정을 밝혔다.

한편, 올해 부산영화제는 지난 3일 개막해 오는 12일까지 10일간 부산 일대에서 성대하게 개최된다. 6개 극장 37개 스크린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초청작 299편(85개국),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45편(장·단편 합산 월드프리미어 11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리사 타케바 감독)이, 폐막작은 한국 영화 '윤희에게'(임대형 감독)가 선정됐다.

부산=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