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유통업계 판촉 행사 심사지침 개정을 추진함에 따라 백화점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백화점 등 대규모 유통업자가 비용의 50%의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공동 판촉행사를 할 때 가격 할인분을 직접 보상해야 하도록 하는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 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오는 30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31일부터 시행되는 이 개정안에 따르면, 예를 들어 정상 가격이 1만원인 제품을 20% 할인하는 세일을 할 경, 백화점은 납품업체에 할인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1000원을 줘야 한다.
백화점 등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할인에 따른 손실이나 판촉비용 등을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취지로 풀이되지만, 업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쳬 관계자들은 이 지침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정기세일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국백화점협회에 따르면 공정위 지침 개정안대로 할인 비용의 50%를 분담할 경우, 해당 백화점의 영업이익 감소율은 25%에 달하는 반면 할인행사 자체를 하지 않을 경우 영업이익 감소율은 7~8%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오히려 백화점 업계가 영업이익 급감을 우려해 1년에 4~5차례 해오던 정기세일을 없앨 경우 독자적인 홍보·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중소 납품업체들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백화점 정기세일이 있어 별도의 큰 판촉비용을 들이지 않고 매출 신장과 재고 소진 등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백화점이 영업이익 감소로 인해 정기세일을 안 하게 되면 오히려 중소규모 납품업체들은 더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코리아세일페스타나 코리아그랜드세일 등과 같이 민관 주도로 매년 시행하는 국가적 세일 행사의 진행 여부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백화점과 같은 대규모 유통업체의 적극적 참여가 요구되는 이런 행사에 과도한 할인 비용 분담에 따른 손실을 우려해 주요 백화점들이 불참할 경우 행사는 온라인 업체와 전통 시장 중심의 '반쪽자리' 행사로 전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치민 한국백화점협회 상무는 "정기세일 등의 할인행사는 백화점의 폭넓은 판매망과 두터운 고객층,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매출을 증대하려는 중소 납품업체의 적극적 요구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만약 공정위 지침이 원안대로 개정되면 백화점은 세일 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