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수백억대 제작비가 투입된 드라마의 탄생이 유행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액션 사극 '나의 나라'가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억'소리나는 제작비가 주는 압박감과 부담감 속에서 '나의 나라'는 시청자들에게 '돈값'을 인정받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올해 JTBC의 텐트폴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새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채승대 극본, 김진원 연출)가 오는 4일 첫 방송을 통해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나의 나라'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과 수호에 관한 욕망을 폭발적으로 그려낸 액션 사극으로, 대작 드라마 제작규모에 해당하는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다. 양세종과 우도환이 쌍벽을 이루고 김설현이 균형을 맞췄으며, 장혁과 김영철, 안내상, 지승현, 인교진, 박예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투입되며 대하사극 수준의 배우 라인업을 꾸렸다.
무엇보다도 화제가 되는 것은 제작비다. 그동안 수백억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들이 방송가를 가득 채우며 '성공 기준' 역시 점차 높아졌다. 많은 자본을 투입한 만큼,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반해 시청자들의 기준 역시 높아지게 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 될 위험성도 높아지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제작비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며 손해를 보고 피해를 받은 드라마들도 탄생하며 올해 방송가는 적자폭이 더 커진 상태다.
대표적으로 파트1부터 파트3까지 18부작에 걸쳐 540억원이라는 역대급 제작비를 썼던 tvN '아스달 연대기'(김영현 박상연 극본, 김원석 연출)는 배우들의 라인업과 더불어 제작비의 규모가 전면에 내세워지며 시청자들의 기준이 높아졌고, 극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한 CG(컴퓨터 그래픽)와 소품의 조악함 등이 화제가 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후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을 다시 사로잡기는 했지만, 540억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드라마 치고는 다소 낮았던 7.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자체 최고 시청률)를 기록한 채 종영했다. 그러나 시즌2에 대한 논의는 이어지는 중이다.
'아스달 연대기'뿐만 아니라 수백억대 제작비를 썼던 MBC '아이템'이나 '이몽'도 시청자들의 날카로운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소 부족해 보였던 디테일 탓에 '아이템'과 '이몽' 모두 처참한 시청률 성적표만을 안은 채 종영해야 했고, 20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쓴 것으로 알려졌던 SBS '녹두꽃'도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시청률 성적표를 안은 채 마무리됐다. 수백억의 제작비가 들었다는 사실이 이들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배가본드'의 사정은 좀 나은 편이다. 250억원이라는 제작비에 이승기와 배수지라는 배우진을 데리고,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의 은폐된 진실을 파헤치는 블록버스터를 탄생시킨 '배가본드'는 폭발신과 액션신 등에서 엿볼 수 있는 제작비의 '돈값' 덕에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률 면에서는 올해 초 SBS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열혈사제'의 절반 수준인 10%대에 머물고 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선보여지며 심심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상황에서 2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나의 나라'의 어깨는 무겁다. 게다가 7개월의 촬영이 진행됐음에도 여전히 5회분의 촬영이 남아있는 상황. 당초 약속됐던 제작기간을 훌쩍 넘겨버린 탓에 후반작업에 들어가는 시간 역시도 적절히 안배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상황. 그러나 하이라이트를 통해 공개된 첫 회의 모습들에서는 지금껏 봐왔던 사극과는 다른 색감의 장면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고돼 시선을 모았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에 "액션신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액션 장면도 등장할 예정"이라고 귀띔하며 기대를 높였다.
제작비에 대한 부담감은 김진원 PD의 어깨도 무겁게 누르는 중이다. 김 PD는 "제작비는 많이 부담이 되는 부분인데, 시작 전에는 '제작비가 왜 이렇게 많이 들지'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사극의 경우 모든 부분에 세팅이 필요하고, 그림을 만들 때 채울 곳은 확실히 채우고 비울 곳은 확실히 비워야 하는 것 같았다. 비울 때에도 돈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제작 PD들이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했고, 돈이 많이 들어간 만큼 더 좋은 성적이 나와야겠다는 생각이나 부담감도 확실히 있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방영될 작품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인 만큼, '나의 나라'를 지켜보는 예비 시청자들의 시선도 날카롭다. 3일 방송될 스페셜 방송을 통해 대략적인 전개 과정을 보여주게 되는 '나의 나라'가 제작비로 인해 높아진 기준을 충족시키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4일 첫 방송을 통해 평가가 이뤄지게 될 전망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