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3위에서 우승까지. 불과 48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두산 베어스가 0%의 확률을 뒤집었다. 두산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6대5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SK 와이번스와 동률, 상대 전적에서 앞서며 정규 시즌 우승을 거머쥐었다.
기적같은 우승이다. 그 어느 시즌보다 드라마틱했다. 전반기부터 SK의 독주였기 때문이다. 시즌초 1위를 위태롭게 유지하던 두산은 SK가 치고 올라오면서 2위로 밀렸고, 후반기 시작에는 팀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져 3위까지 밀려나있었다. 8월 15일 당시 1위 SK는 유일하게 70승을 돌파한 팀이었고, 2위는 7.5경기 차 키움 히어로즈, 두산은 SK와 9경기 차 3위였다.
그런데 8월말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조금씩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8월말 연승 가도를 달리며 빠르게 승수를 쌓은 두산은 8월 한달간 17승7패로 승차 마진 +10을 기록했다. 13승12패로 +1에 그친 SK보다 앞선 월간 성적이었다.
물론 9월초에도 우승까지는 넘보기 힘들었다. 이미 SK가 멀찌감치 달아난데다 남은 경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SK가 8월 30일에 80승을 돌파한 상황. KBO리그 역사상 80승 선점팀이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15번의 사례 중 15번 모두 우승을 했다. 그만큼 막판 뒤집기는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두산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불가능을 외칠때도 김태형 감독은 1위를 바라보며 전진했다. 가장 결정적인 경기가 9월 19일 인천에서 열린 '더블 헤더'였다. 앞선 경기가 우천 순연이 되며 두팀은 하루에 2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전까지는 SK가 아직 여유가 있던 상황. 그런데 두산이 예상을 뒤엎고 더블 헤더 2경기를 모두 잡으면서 SK를 턱 밑까지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SK가 주춤하는 사이 오히려 두산이 격차를 벌렸다. 9월 28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7대6으로 승리하며 공동 1위에 올라섰고, 29일 잠실 LG전 승리에 이어 최종전인 1일 NC전까지 이겼다.
9월 30일 SK가 한화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두산은 하루 늦게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NC전에서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듯한 플레이도 여러 차례 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그때마다 "우승은 하늘이 내려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하늘은 두산의 편이었다. NC전에서 포수 박세혁의 9회말 끝내기 안타로 6대5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태형 감독은 2015년 두산 부임 이후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감독이 됐다. 또 역대 최다 9경기 차를 뒤집은 역전 우승팀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됐다. 이제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2016년 이후 3년만의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