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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승부수 던진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이 우리 기술 사용하게 잘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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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이 우리 조인트벤처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만들 것이다."

해외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억달러(약 2조39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은 23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미국 자율주행차 기술·부품 전문기업 앱티브(APTIV)와의 합작법인(조인트벤처) 설립 계약식에 이어 기자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글로벌 업체들과 협업에 의존하던 자율주행차 사업에 직접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지분투자가 아닌 직접투자 즉 조인트벤처로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정 수석부회장은 "그렇게 해야 다른 자동차회사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앱트브사와 함께 하는 이유는 단지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앱티브사는 안전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현대차는 앱티브사와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앱티브는 지난 2017년 12월 델파이로부터 분사한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회사로 지난해 기준 매출 15조9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에 시가총액 27조4000억 규모의 글로벌 기업이다. 특히 순수 자율주행 분야 기술력은 구글의 웨이모, GM의 크루즈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율주행의 시대가 언제쯤 오리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정 수석부회장은 "어떤 환경에서 운영하는지에 따라 다른 것이다. 고속도로 환경에서는 자율주행 시대가 빨리 올 것이고, 실제 소비자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자율주행이라면 보수적으로 봐서 2030년은 돼야 할 것이다"며 "지역별로도 다를 것이다. 인도와 같은 시장은 조금 느릴 것이고 실리콘밸리와 같은 곳은 빠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간쯤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합작법인의 목표도 명확히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22년 말쯤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운영을 먼저 시작하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것이다. 이는 성능 뿐만 아니라 원가의 측면에서도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며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뛰어나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이 우리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잘 만들어 나갈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플라잉 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플라잉 카보다는 드라이빙 에어플래인의 개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비행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보다 오히려 상용화가 먼저될 수도 있다"며 "하늘이 지상보다 장애물도 없고 자율주행에 더 적합한 면이 있다. 기업 시장과 개인 시장이 함께 상용화 될 거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시장에서 기술을 선도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 온 정의선 부회장의 '의지'가 향후 50년 이상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과감한 투자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달러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50%씩을 나눠 갖는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총 20억달러 규모의 현금과 기술을 출자하고,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식재산권, 700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 인력 등을 합작사에 출자한다. 합작법인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하게 된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