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자꾸 뭔가 움찔움찔 하더라고. 2루에 있을 때부터 속닥속닥 하길래 진정하라고 했는데(웃음)"
두산 베어스는 28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4대2로 승리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8회말에 나왔다. 두산은 3-2로 1점 앞서 있었다. 박빙의 승부에서 1점을 너무 아슬아슬한 리드였다. 어렵게 만들어진 8회 2사 만루 찬스. 3루 주자는 최주환 대신 대주자로 투입된 오재원이었다. 오재원은 신성현 타석 2B2S에서 과감하게 홈 스틸에 성공했다. 투수 박민호가 투구를 앞두고 잠시 로진을 만지는 틈을 타 홈으로 파고 들었다. 결과는 세이프였다. SK 벤치와 배터리가 기가 막히게 허를 찔린 순간이었고, 두산은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점수를 냈다. 오재원은 경기 후 당시 상황에 대해 "1점이라도 더 내야한다고 생각했다. 계속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데, 1아웃에 시도하는 것은 무모한 것 같았다. 2아웃이고, 2S이기에 과감하게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베어스 소속 선수가 홈스틸에 성공한 것은 1998년 5월 5일 잠실 LG전에서 정수근이 성공한 이후 처음이다. 약 21년만의 진기록이다.
오재원의 예상치 못한 홈스틸은 이튿날에도 내내 화제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오재원이 주루 센스가 좋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어쩐지 자꾸 2루에 있을 때부터 뭔가 움찔움찔 하면서 속닥거리더라. 뭐든 하나 할 것 같길래 '진정하라'는 사인을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발로 만든 점수가 승리를 가져왔다. 김태형 감독도 기분 좋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재원이가 발이 빠르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상대의 습관을 잘 파악하는 선수만 할 수 있는 거다. 어제 그 점수가 정말 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