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2017년 7월 14일,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31)이 '타이거즈의 전설' 반열에 오른 날이었다. 양현종은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돼 개인통산 100승째를 따냈다. 타이거즈 좌완 투수 중에선 최초의 기록이었다. 당시 양현종은 '이강철 감독이 보유하고 있는 타이거즈 최다승(152승)에도 욕심 있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아직 내가 야구를 할 날이 많이 남아있다. 좌와 최초 100승에서 멈추고 싶지 않다. 타이거즈 역사에 내 이름을 더 크게 남기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2년여 만에 또 다른 이정표도 세웠다. 타이거즈를 떠나 KBO리그에서 4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28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500탈삼진을 달성했다. 1회 1사 후 박계범을 삼진 처리하며 대기록을 작성했다.
5월 중순부터 지난 3개월여간 가파른 상승세에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양현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 시즌을 끝내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꿈을 부풀리고 있는 동갑내기 토종 좌완 라이벌 김광현(SK 와이번스)의 경기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는 스카우트들은 양현종의 경기력에도 엄지를 높이고 있는 상황.
양현종도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보고 싶은 동경과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실 양현종도 KIA를 떠날 기회가 있었다. 2016년 말이었다. 일본 요코하마 DeNA에서 2년 최대 6억엔(약 68억원)에 이르는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 요코하마는 양현종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가족을 초청하기도. 그러나 양현종의 선택은 KIA 잔류였다. 당시 표면적으로는 4년 FA 계약이었지만, 연봉협상은 매년 이뤄질 수 있도록 열어뒀다. 사실상 2020년까지 매년 FA 협상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양현종은 4년간 KIA에 남기로 하면서 목표를 재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목표에 목매는 건 아니다. 다만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메이저리그 도전보다 선결해야 할 목표를 세웠다. 매 시즌 이닝수에 대한 욕심이 뚜렷하다. 기록 면에선 역시 타이거즈 최다승 경신이다. 양현종은 지난 28일 삼성에서 시즌 14승을 챙기면서 개인통산 134승을 기록했다. 최다승까지 18승이 남은 상황. 올 시즌 남은 4경기에서 좀 더 승수를 챙긴 뒤 내년 15승을 따낼 경우 타이거즈의 새 역사가 된다. 이럴 경우 최고의 영예인 타이거즈 영구결번도 노려볼 수 있다. 타이거즈에서 영구결번된 선수는 단 두 명(선동열 이종범) 뿐이다. 영구결번의 기준이 너무 높아 역대 타이거즈의 숱한 스타 플레이어들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2000년대 활약한 선수 중 양현종은 타이거즈 영구결번의 문을 다시 두드릴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선 최다승이란 타이틀이 필요하다.
양현종은 "워낙 영광스러운 타이틀이긴 한데 여러 가지 면이 있기 때문에 통산 기록은 조금씩 따라가야 할 것 같다. 이강철 감독님께서 대단한 기록을 남기셨다. 그 기록을 하나씩 따라간다면 타이거즈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남지 않을까"라며 겸손함을 보였다. 창원=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