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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꿀순 없지만"…'천생 광대' 조진웅의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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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영화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최소한의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으며 연기자는 곧 대중에 의해 완성된다는 소명을 가진 배우. 천생 배우 조진웅(조원준, 43)이 광대를 연기하다는 건,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되어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사극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이하 '광대들', 김주호 감독, 영화사 심플렉스 제작). 극중 풍문조작단의 리더 덕호 역의 조진웅이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되는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범죄와의 전쟁'(2012),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명량'(2014) , '끝까지 간다'(2014)'암살'(2015) 등 출연하는 작품 마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항상 색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조진웅. 지난 해에는 '독전', '공작', '완벽한 타인'까지 3연속 흥행에 성공하며 빛나는 활약을 보여준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다재다능한 풍문조작단의 연출가로 변신해 또 다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극중 그가 연기하는 덕호는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뒤흔드는 광대패의 리더.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신묘한 재주는 물론 뛰어난 연기력과 입담을 가진 만담꾼이다. 어느 날 조선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손현주)로부터 세조(박희순)의 미담을 만들어내라는 명을 받게 된 그는 광대패를 이끌고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할 판을 만든다.

이날 조진웅은 '광대들' 완성본 관람 소감을 묻자 "희순이 형님과 현주 형님이 너무 고생하셔서 너무 울컥했다. 엄청 고생들을 하신 게 보였다. 굉장히 놀랐다. 그래서 뒷풀이 가셔도 왜 이렇게 고생하셨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답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또한 그는 민심을 움직이려 풍문을 조작하려는 극중 영화의 내용을 언급하며 "말하자면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풍문을 조작하는데, 어떠한 지지율을 위해 댓글을 조작하는 현대와 맞닿아 있는 것 같더라. 그런 부분은 세대를 넘어 지금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댓글 조작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결국 민초들이 해냈다는 것이 중요한 영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조진웅은 무엇보다 '광대들'이라는 단어 자체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그는 "딱 하나, '광대'라는 말에 빠졌다. 광대가 민심에 선봉에 선다는 게 좋았다. 그건 내가 어떤 이유 없이 이 영화에 다가가야 되는 이유였다"며 "사실 처음에 제목은 '조선 공갈패'였다. 그런데 '광대들'이라고 바뀐 이유는, 천민임에도 불구하고 진정성과 진심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고하고 움직이고 행동하는 광대들이 선봉에 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배우가 곧 광대라고 생각한다는 조진웅. 그는 "그리고 배우들이 하고 있는 '광대짓' 아닌가. 모든 광대짓은 결국 민심 안에서 갖춰진다. 민심, 그러니까 대중을 헤아려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광대라는 미천한 직업도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우리의 시간을 탕진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광대짓'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제 인생 영화가 '인생은 아름다워'다. 영화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연기를 하지 않나. 그런 거짓말이 바로 용기인 것 같다. 진심이 있고 진정한 마음이 있다면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날렵한 모습을 보여줬던 최근 출연작들과 달리 '광대들'에서 큰 풍채를 보여주는 조진웅은 이에 관해 묻자 "사실 '광대들' 속 사이즈가 원래 제 사이즈다"며 웃었다. 이어 "'광대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정말 편하게 찍었다. 그런데 처음 영화를 보는데, 영화 첫 장면이 덕호가 예쁜 여자를 매력적으로 꼬시는 거 아니었나. 그런데 정말 안 어울리더라. 제가 그렇게 그 장면은 윤박이 해야된다고 했었는데"라며 "그걸 보니 멜로는 또 200미터 뒤로 물러난 것 같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멜로 욕심은 없냐'는 질문에 "멜로 엄청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용기를 내시는 감독님이 없다. 제가 하면 전위영화가 될 것 같나 보다"며 웃었다.

'광대들'을 통해 김슬기, 윤박, 김민석 등 많은 후배들과도 호흡을 맞춘 조진웅은 "후배 배우들하고는 모두 처음 같이 호흡을 맞춰봤다. 형들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가장 놀랐던 건 슬기 씨다. 정말 잘하더라. 다재다능하다.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과거 신인 시절 선배들과 함께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제가 신인 때 보다는 지금이 분위기가 유해진 게 사실이다. 저는 그때 선배들이 정말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이어 "듣기만 해도 자세가 갖춰지는 선배들이 있지 않나. 나를 때릴 것 같고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아우라 만으로도 머리가 저절로 숙여지는 분들이 있다. 안성기 선배님도 그렇다. 안성기 선배님은 스태프다 후배 보다도 먼저 현장에 오신다. 약속된 시간 보다 무조건 한시간 전에 와서 대기 하신다"며 "그래서 스태프들이 곤란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성기 선배님은 같이 있어 정말 행복했다. 박중훈 선배님도 김윤석 형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런 선배님들과 있으면 내가 그 분들을 닮지 못해 안달인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의 이름을 활동명으로 쓰고 있는 조진웅. 이날 그는 "아버지 이름을 활동명을 쓰고 있는데 조만간 제 이름을 찾아야 한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로얄티가 너무 올라갔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면서 "그런데 아버지 존함을 써서 힘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조진웅은 이날 배우로서의 소명에 대해 강조하며 "소명이 큰 직업이다. 그렇기에 어떤 댓글에 굴하지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댓글을 자주 보냐"는 질문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호감 배우라 안 좋은 댓글은 얼마 없지 않냐"고 하자 "많다. 어마어마 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도 모든 공식 석상에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등장하는 그것과 관련 안좋은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란 리본에 대한 관련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스케줄용 차는 물론 제 개인차에 노란 리본이 달려있다. 어느 날 와이프가 제 다른 사람이 그걸 보고 돌을 던졌다더라. 와이프도 그렇고 정말 순간 화가 확 나더라"고 말했다.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광팬으로도 유명한 조진웅은 "요새는 롯데 자이언츠 관련 댓글이 많이 달라지 않냐"는 질문에 "전 롯데 자이언츠라고 부르지 않는다. 저희는 부산 자이언츠라고 부른다"고 단호히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캐스터분들이 중계를 하실 때 그냥 '롯데'라고 부르는데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그냥 '자이언츠'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난 자이언츠를 사랑한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조진웅은 영화가 가진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영화가 세상을 바뀔 수 있냐"는 질문에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확실히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몇년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변영주 감독님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계란이 광속을 붙으면 계란도 바위를 뚫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저는 그 말에 적극 동의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꼭 그런 세상을 바꾸는 영화만 있어야 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며 "제가 대창을 참 좋아하는데, 대창이 몸에 굉장히 나쁘다고 하더라. 심지어 예전에는 버리는 부위였다고 한다. 하지만 '몸에는 나쁘더라도 오늘은 꼭 대창을 먹고 기분을 풀어야지'라고 할때가 있지 않나. 그래서 저는 대창 같은 영화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광대들'도 마찬가지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상업성을 띈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몰론 그 안에 어떠한 메시지와 의미가 있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