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홈런 이후 안타가 없는게 더 마음에 걸린다."
8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8대0 승리 물꼬를 튼 정 훈(32)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1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한 정 훈은 1회초 삼성 선발 투수 최채흥과의 승부에서 3B1S에 들어온 5구째 140㎞ 직구를 걷어올려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했다. 프로 데뷔 14시즌 만에 처음으로 기록한 선두 타자 홈런이었다. 전날 울산에서 키움 히어로즈에게 4대16, 12점차 대패를 당했던 롯데는 정 훈의 선두 타자 홈런을 계기로 분위기를 일신, 삼성을 8대0으로 제압했다. 정 훈은 "상대 포수인 (강)민호가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나는 반대로 직구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는데 홈런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홈런이 만든) 선취 득점이 운좋게 결승타로 연결됐지만, 이후 안타가 없었던게 더 마음에 걸린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정 훈은 웃음이 부쩍 줄어들었다. 개막 엔트리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5월과 7월 두 차례 1군 말소를 경험했다. '대타 스페셜리스트'로 불릴 정도로 힘이 있었던 방망이가 헛돌기 일쑤였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안한 수비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2017시즌 부진으로 1~2군으로 오가던 생활을 하던 기억이 다시 살아나는 듯 했다. 팀 부진이 길어지는 과정에서도 반전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1군 복귀도 그만큼 요원해질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 중용과 자율 야구 기조를 세우고 후반기를 준비한 공필성 감독 대행의 부름은 어쩌면 올 시즌 1군에서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상황. 벼랑 끝에 선 정 훈에겐 절실함이 상당했다. 한 번의 성공에 만족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훈은 "고참으로서 팀 성적에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1루와 외야 어느 포지션이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경기에 나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성공과 실패가 오갔던 기억을 뒤로 하고 '주전 갈증'보다 '팀'을 먼저 떠올리는 그의 모습은 '베테랑'의 칭호를 붙이기에 충분해 보인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