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박자를 놓친 투수 교체 그리고 수비의 도움까지 없었다.
한화 이글스가 또 패배했다. 지난 4일 선두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8대2 완승을 거뒀던 한화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대8로 졌다.
안풀리는 경기였다. 물론 상대 선발 투수가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인 조쉬 린드블럼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쉽게 승리를 점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뜯어봤을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충분히 기세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린드블럼이 한화 타자들을 틀어막았지만, 한화 선발 투수인 임준섭도 잘 던졌다. 경기 중반까지 린드블럼과 막상막하의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공격도, 수비도 임준섭을 도와주지 못했다.
특히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선제 실점 과정과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임준섭은 2회말 제구 난조를 겪으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만루에서 정수빈을 상대해 2루수 방면 내야 땅볼 유도에 성공했다. 타구 속도나 방향으로 봤을때 2루수 정은원이 무난히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마음이 급했을까. 정은원이 공을 여러 차례 더듬으며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고, 그사이 3루 주자가 득점을 했다. 나머지 주자들도 모두 세이프되고 말았다.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두산에게 선취점을 내준 장면이다. 다행히 임준섭이 다음 타자인 오재일을 뜬공으로 잡아내며 더이상 실점하지는 않았지만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주면서 두산에게 리드를 빼앗겼다. 이날 경기 내내 한화는 끌려가는 흐름이었다.
이후 임준섭은 잘 버텼다. 4회까지 추가 실점은 없었다. 그리고 0-1로 단 1점 뒤진 채 5회말이 찾아왔다. 4회까지 84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임준섭은 계속해서 마운드를 지켰다. 2사 2루 득점권 위기였지만 한화 벤치는 임준섭에게 더 맡겼다. 불펜 투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고, 그사이 임준섭의 투구수가 100개에 육박했지만 좌타자 박세혁과의 승부까지 하게끔 했다. 투수 교체는 결과론적일 수밖에 없으나, 결국 임준섭이 허경민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은 이후 3B1S에서 박세혁에게 높은 직구 실투를 던졌고 이 타구가 투런 홈런이 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1점 차를 유지하던 한화가 두산에게 완벽히 기세를 내준 시점이었다. 무득점 침묵을 깨고 9회에 3점을 만회했지만 승패를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지난 3일 꼴찌로 추락한 한화는 이날 패배로 시즌 전적 38승64패를 기록했다. 같은날 9위 롯데 자이언츠가 우천 순연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1경기였던 격차가 1.5경기 차로 벌어졌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