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잘하려는 마음은 크다. 한데 잘 안되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모든 걸 내려놓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 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나지완(34) 얘기다.
나지완은 지난 1일 시즌 네 번째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1군에 콜업된 지 보름만이었다. 당시 박흥식 감독대행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큰 것 같다. 팀에 미안함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안쓰러움을 드러냈다.
사실 나지완은 올해 1군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동료들에게 "어떻게 해서든 안타를 만들어내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좀처럼 안타가 생산되지 않았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 시즌 개막부터 시작했으나 11경기에서 타율 1할5푼2리(33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의 부진을 보여 13일만에 2군행을 통보받았다.
2주만에 다시 1군에 복귀했다. 4월 18일 1군에 합류해 절치부심했지만 18경기에서 타율 2할5푼7리, 3홈런, 6타점으로 타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5월 12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간 뒤 열흘만인 5월 22일 다시 온 뒤에는 한달 이상 버텼다. 하지만 타격감은 올라오지 않았다. 23경기에서 타율 1할9푼1리(47타수 9안타)에 2홈런 8타점. 7월 4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나지완은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바뀐 '투고타저' 트렌드와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부진의 가장 결정적 포인트는 뚝 떨어진 선구안이다. 4.1타석마다 삼진 1개씩 당하고 있다. 삼진수는 팀 내 6위(37개)다. 볼넷도 19개로 8타석에 한 번밖에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지완은 박 감독대행이 전한 "아직 끝난게 아니니 잘 준비하라고 했다"는 말을 잘 곱씹어야 한다. 6일 현재 KIA가 5위 KT 위즈, 6위 NC 다이노스와의 격차를 5.5경기로 좁혀놓았기 때문에 다시 '5강 싸움'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선발출전하는 타자들이 남은 43경기에서 계속 호조의 타격감을 보일 수 없다. 따라서 나지완에게도 언제든지 기회는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4일 1시간 59분 만에 경기가 끝난 NC전에서 승부를 가른 건 홈런이었다. 최형우의 솔로포가 결국 결승홈런이 됐다. 나지완도 거포능력이 있기 때문에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는 클러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5강에 대한 확신이 더 명료해지게 되면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젊은 선수들보다 베테랑에게 의지하게 된다.
나지완에게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