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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직언직설]프로야구 음주파문, 잊을만하면 반복. 어리석음 언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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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잊을만하면 고개를 든다. KBO리그는 수 년째 음주운전과의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구단별로 교육을 집중 실시하고,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국은 지난해 처벌규정을 대폭강화했지만 악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어이없는 '헛스윙'에 리그 건전성은 약화되고 팬들은 프로야구 구성원의 미흡한 사회규범 준수노력, 도덕적 해이를 강하게 성토한다.

지난 4일 키움 히어로즈 2군 사령탑 쉐인 스펜서 감독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앞두고 있다. 최소 50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게 돼 남은 시즌 경기장에 나설 수 없게 된데다 올해가 계약 마지막이었던 스펜서 감독은 5일 자진사퇴를 밝히며 한국 야구와의 인연을 끝내게 됐다.

올해로 벌써 네 번째 프로야구 음주 파문이다. 지난 2월 LG 트윈스 윤대영이 서울 삼성동에서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차량에서 자다 경찰에 적발됐다.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상태였다. 윤대영은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SK 와이번스 강승호가 술을 먹고 경기도 광명시에서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았다.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강승호 역시 임의탈퇴.

지난 5월말에는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전날 먹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냈다. 박한이는 영구결번, 은퇴식 등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할 모든 화려함을 한순간 잘못으로 잃었다. 선수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 코칭스태프까지 잘못된 선택 대열에 합류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팬들의 경각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선수들에게서는 아직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교육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KBO는 지난해 음주관련 징계를 대폭 강화됐다.

KBO는 규약 내 리그 유해행위, 이른바 음주, 마약, 병역비리, 도박, 경제범죄,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 행위, SNS 물의, 종교 및 인종차별 등에 대한 징계 규정을 세분화했다.

음주운전의 경우 단순 적발은 출장정지 50경기에 제재금 300만원, 봉사활동 80시간. 음주 측정거부(음주운전 확정시)는 출장정지 70경기에 제재금 500만원, 봉사활동 120시간이다. 음주 접촉사고는 출장정지 90경기, 제재금 500만원, 봉사활동 180시간이다. 음주 인사사고는 출장정지 120경기, 제재금 1000만원, 봉사활동 240시간이다. 2회 발생시 가중처벌을 받는다. 3회 이상 발생시 3년 이상 유기실격 처분을 받는다.

처벌이 강화됐지만 선수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 엇나가고 있다. 이제부터는 사실상 한 번의 잘못으로도 선수생명이 끝날 수 있다. 전례가 있기에 '음주운전=임의탈퇴' 공식이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위험천만한 선택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알 길이 없다.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증폭된 혐오는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정호는 최근 팀에서 지명할당(방출대기)됐다. 국내 복귀 여부가 화제가 됐는데, 여론은 싸늘하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세 번째 음주운전 적발로 징역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미국 취업비자 발급 거부로 2년을 허송세월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이적, 일본 프로야구 등 타리그 진출, KBO리그 복귀 등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메이저리그 이적은 현재로선 쉽지 않다. 에이전트 측은 미국 내 복수 구단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 매체들은 영입 마감일(10일)까지 강정호를 찾을 구단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이나 대만 등 해외리그 진출 가능성도 낮다. KBO리그로 오려면 임의탈퇴 신분이어서 키움 히어로즈에 우선 복귀해야 한다. 온다고 해도 음주운전으로 출전정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넥센 히어로즈 시절에 두 차례 음주운전에 적발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소급적용 등 유권해석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키움 구단은 강정호의 복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전력상 강정호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오자마자 장기 결장에 팀이미지 실추도 감내해야 한다. 강정호 본인은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플릿 계약을 하더라도 미국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팬들 역시 강정호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 냉소적이다. 한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음주운전에 적발된 전력은 결코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KBO 관계자는 "강정호가 복귀한다면 향후 상벌위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팬들의 성토를 리그 사무국도 모를 리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