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금까지 이런 축구는 없었다. 이것은 '축구'인가, '드라마'인가.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폭풍같은 역습. 정교한 패스와 각자의 개인기로 만들어내는 그림 같은 연계 플레이. 무엇보다 패배의 벼랑 끝에서도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다. 모두가 '패배'를 예상하는 순간에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낸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느 새 그들이 뿜어내는 열정 속으로 빠져 들고만다.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의 중독성 강한 축구가 점점 그 진가를 발휘하며 홈팬들을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나아가 리그 후반의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FC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24라운드를 마친 5일 현재 강원은 11승5무8패로 승점 38점을 올리며 리그 단독 4위에 올라 있다. 5위 대구FC와의 격차는 어느 새 5점으로 벌어졌다. 이런 분위기라면 올 시즌 목표인 '상위 스플릿' 진입도 무난히 달성해낼 듯 하다.
무엇보다 강원은 최근 그 어떤 팀보다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고 있다. 이른바 '병수볼'로 칭해지는 김병수 감독 특유의 잘 짜여진 전술을 앞세워 공격적이고 역동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드라마 같은 경기가 '꾸준히' 펼쳐진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지난 6월 23일 포항과의 홈경기였다. 이날 강원은 0-4로 뒤지다가 후반 20분을 남겨둔 시점부터 반격에 나서더니 결국 5대4 역전승으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를 지켜본 홈 팬들은 감동에 취해버렸다.
보는 이를 취하게 만드는 강원의 '마약 축구'는 계속됐다. 7월 12일 경남전에서도 0-1로 뒤지다 후반 29분 조재완의 동점골에 이어 후반 33분 박창준의 역전 결승골을 앞세워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 지난 4일 전북과의 24라운드 경기에서는 후반 37분까지 1-3으로 뒤졌지만, 후반 45분 조재완의 추격골에 이어 추가시간에 나온 이영재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경기를 3대3 무승부로 만들었다. 무승부 경기였지만, 강원 선수단과 홈 팬들은 마치 승자인 것처럼 환호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렇게 흥미로운 경기가 이어지며 '관중 불모지'나 다름없던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 관중이 몰리고 있다. 특히 4일 전북전에는 올 시즌 가장 많은 4471명의 관중이 몰렸다. 평소 2000명 안팎이었는데, 무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강원FC가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보다 평균관중수가 늘었지만, 여전히 강원은 리그 최저 평균관중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흥미로운 경기를 계속 펼친다면 관중을 더 불러모을 여지가 있다. 시즌 평균관중수의 두 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한 전북전이 좋은 사례다. 결국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열쇠는 경기력의 유지에 있다. 김병수 감독은 "우리 팀은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그렇게 이끌고 싶다"고 말한다. 강원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