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달라졌다. 1승도 버거워보였던 팀이 파죽의 4연승을 질주했다. 꾸역꾸역 만든 연승이 아니다. 연승의 질이 높아졌다. 롯데 자이언츠가 시즌 막판 '오합지졸'이란 오명을 벗고 있다.
그 대변혁의 중심에는 사퇴한 양상문 감독의 뒤를 이어 임시 지휘봉을 잡은 공필성 감독대행이 있다. 시작은 반성이었다. "양 감독님 시절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무조건 수석코치였던 내 잘못이다." 그래서 냉정해졌다. "모든 걸 결정하는 자리에 서보니 선수단을 추스리는 일이 가장 힘들다. 사기는 올라오는 중이다. 100% 가까이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오합지졸을 벗어나기에는 아직 멀었다. 짜임새는 달라졌다는 평가지만 강팀으로 가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자신이 지향해야 할 점은 확실히 알고 있다. "내 역할은 감독대행이다. 순위는 상관없다. 단지 팀이 어떻게 강해질 수 있는지, 내년을 위한 작업이 지금의 내 소임이다."
공 감독대행이 변화를 위해 내민 카드는 '스킨십'과 '채찍'이다. 강한 인상과 달리 '따뜻한 남자'다. 스스럼없이 선수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선수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진다. 공 감독대행은 3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이 끝난 뒤 외국인투수 브룩스 레일리와 불펜요원 고효준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당시 레일리는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타선이 뒤늦게 터지는 바람에 아쉽게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공 감독대행은 "꼭 승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7회까지만 던지게 하고 교체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레일리가 8회에도 올라가서 안타를 맞으면 그 때 교체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선수 본인도 한 번 해보려고 하는 것 같아 의사를 존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를 마친 뒤 미팅을 하면서 레일리에게 미안하다고 얘기를 했다. 다음에는 레일리의 승리를 위해 더 노력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일리의 책임주자를 막아내지 못한 고효준에게도 미안함을 전했다. 공 감독대행은 "효준이에게 웬만하면 주자가 있는 상황, 즉 부담되는 상황에 올리지 않겠다고 얘기했는데 또 부담을 갖는 상황에서 올리게 됐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아픈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모습을 보고 혹자는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아무리 대행이라고 하지만 감독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공 감독대행 자체가 경직된 걸 싫어한다. 공 감독대행은 "두산 2군 감독 시절에도 그랬지만 선수들과의 유대관계, 즉 스킨십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소신도 보였다.
카리스마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단호한 면도 분명 가지고 있다. 베테랑들에 대한 조언은 직설적이면서도 따뜻함이 함께 묻어난다. 공 감독대행은 최근 부활한 채태인과의 일화를 꺼냈다. "베테랑들에게 동기부여는 딴 것이 없다. 결과다. 사실 태인이도 하고자 하는 갈망은 있었는데 배제돼 있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진 부분이 없지 않았다. 나도 베테랑 시절이 있어서 공감한다. 다만 본인이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건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결과가 나오면 코칭스태프에서 손을 내미는 건 베테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프로는 무조건 결과다. 1군 성적이 나야 모든 이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공필성표 채찍과 당근이 끝 모르게 추락하던 롯데에 작은 희망이 되고 있다. 그만의 스타일이 선수들의 코드와 잘 부합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