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남재륜 기자] KBS가 MBC와 SBS에 이어 월화극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2일 한 매체는 한 방송 관계자의 말을 빌려 KBS가 오는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월화극 방송을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방송가 드라마 경쟁 속 내부적 재정비를 위한 것. KBS는 오는 9월 방송해 11월 종영 예정인 '조선로코-녹두전' 이후 편성 작품을 확정하지 않았다. KBS는 내년 3월 방송 재개를 목표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S 측은 "현재 월화드라마 방송을 잠정 중단하는 사안을 검토 중"이라며 "폐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로써 KBS·MBC·SBS 지상파 3사는 모두 월화드라마 잠정 중단 소식을 전한 셈이다. MBC는 가장 먼저 월화극 폐지 소식을 전한 바 있다. MBC는 '봄밤'부터 드라마 편성 시간대를 기존 10시에서 9시로 한 시간 앞당겼다. 또한 오는 5일 첫 방송되는 MBC '웰컴2라이프' 후속 편성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SBS 역시 월화극 자리를 인기 예능으로 대체했다. 월요일과 화요일 오후 11시 방송되던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과 '불타는 청춘'을 확대 편성해 2시간 동안 선보이는 중이다. 오는 12일부터는 무공해 청정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가 채울 예정이다. 배우 이서진, 이승기, 정소민과 개그우먼 박나래 등 예능감과 비주얼이 보장된 출연진들이 가세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BS가 마지막으로 선보였던 월화극은 지난 6월 종영된 '초면에 사랑합니다'였다. 시청률은 평균 3%대를 기록하며 줄곧 동시간대 꼴찌 자리를 차지한바 있다.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는 비지상파 드라마의 경쟁력이 확대되며 불거져왔다. tvN OCN JTBC 등 케이블 및 종편 드라마가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캐스팅, 촘촘한 구성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tvN '미스터 션샤인', JTBC '스카이캐슬' 등 케이블·종편이 선보인 드라마들은 잇달아 대박을 터뜨렸다.
비지상파의 위상은 '편성 순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외주 드라마 제작사는 편성을 받기 위해 대부분 tvN으로 먼저 간다. 그 다음은 JTBC다. 당연히 지상파가 좋은 콘텐츠를 고를 '우선권'이 밀리게 되는 셈이다. 스타 작가와 PD들의 비지상파 이탈도 생겨났다.
현재 KBS는 적자경영에 직면해 있다. 올해 사업손실만 1019억 원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2023년까지의 누적 사업손실 전망치는 6569억여 원에 달한다.
이러한 지상파의 적자 위기는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TV가 아닌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새 플랫폼으로 방송을 시청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KBS를 비롯해 전통 매체인 지상파TV, 라디오, 신문 등이 함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대에 즐기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상파의 독점적인 지위는 옛 일이 됐다. 지상파 3사 역시 이러한 위기에 발맞추어 새로운 변화를 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잠정 폐지를 선택한 지상파 월화극이 경쟁력을 극대화해서 돌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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