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케이블과 종편의 성장세가 두드러질수록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방송사 곳곳에서 제작비 축소와 삭감이 이어지며 작가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입게 될 피해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제작비 몸집 줄이기를 시도 중이다. 공영방송사인 KBS와 MBC는 올해 사업손실 규모를 1000억원대로 예상하며 프로그램들의 폐지와 축소 등을 검토 중이다. 특히 큰 제작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드라마 제작을 중단하고 편수를 줄이는 등의 고육지책을 냈다. 실제로 방송사들은 아침드라마와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를 먼저 없앴고, 프라임타임 드라마들로 불리던 미니시리즈의 폐지도 검토 중이다. 이미 MBC와 SBS가 월화드라마 휴방을 결정했으며 KBS도 1일 월화드라마를 내년 2월까지 잠정 중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BS는 이날 언론에 "검토중인 상황이며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이미 논의는 상당부분 진행됐다. 또한 현행 70분으로 편성된 드라마 시간을 50분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KBS는 사내 '토털 리뷰 비상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최근 'KBS 비상경영계획 2019'를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연말 사업손실은 1019억 원으로 예측이 되며 2020년 후반부터는 은행 차입금에 의존해 경영을 이어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상황에서 프로그램의 축소는 당연히 따라오는 과정이자 결과다. KBS는 오는 2020년까지 프로그램 수를 현행 대비 90%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MBC도 마찬가지. MBC는 상반기에만 536억원의 적자를 냈고, 이에 따라 긴축재정이 시작됐다. 조직 축소, 해외 지사 효율화, 파견 대상 및 업무추진비 축소, 일반 경비 긴축, 프로그램 탄력적인 편성과 제작비 효율화 등을 시행한다. 영업성과 상여금을 연동하고, 임금피크제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보다 140억원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내년에는 올해보다 500억원 이상 비용을 축소하는 자구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SBS 역시 방송의 축소를 선언했다. 최근 종영한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를 끝으로 월화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고 있고, 12일부터는 16부작 예능 프로그램인 '리틀 포레스트'를 편성해 방송한다. SBS는 앞서 "당분간 휴방"이라고 알렸으나, 예능 편성 체제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예능국에서는 이 변화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후속 예능에 대한 준비도 이어지고 있다는 귀띔. '리틀 포레스트' 편성 후에도 월화예능을 향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되는 프로그램 수가 줄어듦에 따라 방송가에 포진해있던 비정규직 작가들의 생존권도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국의 프로그램들이 통페합되거나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방송사 소속이자 정규직인 PD들과 기자 등은 살아남겠지만, 비정규직인 작가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2020년까지 프로그램의 수를 9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방송사들의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로 인해 원고료의 삭감 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규모 인원 축소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방송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실제로 프로그램 내에서 작가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송사의 결정이 고용불안정을 가져온다는 불안한 시선도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지상파 위기론이 가시화되고 있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았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제작비와 출연료, 연출료, 그리고 작가들에게 주는 집필 비용까지 더해지며 위기는 커졌고, 결국 구멍을 메우기 힘들어진 방송사들의 '잘라내기'가 시작된 것. 프로그램의 수를 줄이고 퀄리티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줄폐지가 지상파 위기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