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사회의 일원으로 외로움을 느꼈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유령처럼 살던 혜정이 어느 날 진짜 유령이 되어, 거꾸로 흐르는 유령의 시간 속에서 효연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영화 '밤의 문이 열린다'(유은정 감독, 영화사 리듬앤블루스 제작).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밤의 문이 열린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시사회에는 유령처럼 살고 싶은 혜정 역의 한해인, 유령처럼 살게 되는 효연 역의 전소니, 그리고 유은정 감독이 참석했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관객상 수상을 시작으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돼 주목을 받은 '밤의 문이 열린다'.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미국의 영화전문지인 버라이어티(Variety)로부터 '한국의 여성 감독 유은정의 고무적인 장편 데뷔작. 유령이 시간을 거꾸로 경험하면서 겁먹은 어린 소녀의 삶과 죽음의 고비에 말려드는 훌륭한 내러티브 장치를 이용해 외로움과 고립을 서정적으로 그리는 데 성공한다'라는 호평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밤의 문이 열린다'는 다양한 연극과 독립 단편 영화로 탄탄한 내공을 쌓아온 한해인과 영화 '악질경찰'(19, 이정범 감독) '죄 많은 소녀'(18, 김의석 감독)와 tvN 드라마 '남자친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차세대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전소니가 주연을 맡아 관심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캐릭터가 가진 섬세하고 진폭있는 감정선을 완벽히 소화,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올해 충무로가 발견한 독립영화의 숨은 보석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날 한해인은 "한번쯤 꼭 이야기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혜정은 혼자 지내는 걸 편해하는 유령처럼 살고싶어 하는 건조한 인물이다. 어쩌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됐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 선택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혜정처럼 존재했으면 싶었다. 일부러 힘을 빼고 튀지 않게 연기하려 노력했다. 삶과 죽음을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소니는 "처음 '밤의 문이 열린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가 '악질경찰'을 막 끝낸 다음이었다. 많은 작품을 통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이유로 과하게 작품을 고르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밤의 문이 열린다' 속 인물의 감정에 와닿았다. 무엇보다 사회의 일원으로 등장인물들처럼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유은정 감독이 의사소통을 잘 해준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는 마음이 외로운 캐릭터다. 생각도 많아지고 어려운 인물이었는데 이런 고민에 빠지지 않게 유은정 감독이 내 고민을 많이 들어줬다"고 인사를 전했다.
유은정 감독은 "혜정은 성공을 꿈꾸기보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우리 작품은 결국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혜정을 연기한 한해인은 그런 캐릭터의 감정선을 알맞게 표현했다. 또 효연이라는 캐릭터는 사랑스럽고 예쁜 사람이지만 고민과 슬픔이 있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런 이유로 전소니를 캐스팅하게 됐다. 전소니는 특유의 에너지가 있는 배우지만 내면의 슬픔도 가진 배우다. 내 제안에 '함께 하자'고 하면서 서로 기뻐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밤의 문이 열린다'는 한해인, 전소니, 감소현, 이승찬, 홍승이 등이 가세했고 유은정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광복절인 오는 15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