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지상파 드라마 위기론이 현실이 됐다.
KBS는 2일 오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약 3개월간 월화극을 중단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KBS 월화극 편성표를 보면 9월 방송 예정인 '조선로코-녹두전'을 마지막으로 후속작은 편성되지 않았다. 만약 KBS가 월화극 잠정 중단을 확정한다면 KBS SBS MBC 등 지상파 3사가 모두 월화극 블록을 삭제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수년간 대두된 지상파 위기론이 실현되는 것이다.
지상파 드라마 위기론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듭돼 왔다. tvN OCN JTBC 등 케이블 및 종편 드라마가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한 캐스팅, 촘촘한 구성으로 시청자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지상파 드라마의 설 자리를 위협했다. 케이블이나 종편 드라마가 장르물이나 참신한 소재로 승부를 건데 반해 '기승전 연애'라는 늘 뻔한 공식의 작품만을 선보이는 지상파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로 tvN '응답하라' 시리즈, '시그널', '도깨비', JTBC '품위있는 그녀' 등은 지상파를 따돌리고 남을 만큼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지상파 드라마도 나름의 변화를 시도했다. 보다 리얼한 구성과 연애 요소를 일부 걷어낸 장르물을 선보이거나, 삶의 고찰을 담은 의미있는 작품을 선보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었다. MBC '검법남녀' 등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이미 떠나버린 시청자의 마음을 되찾아오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시청률 10% 마지노선까지 무너지고, 지상파 드라마는 결국 월화극 중단 혹은 폐지라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위기를 타파하고자 방송사마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6월 '초면에 사랑합니다' 종방 이후 월화극 편성을 중단한 SBS는 16부작 예능 '리틀 포레스트'를 편성했다. SBS는 "선진 방송시장인 미국에서도 여름 시즌엔 새로운 드라마를 론칭하기보다 다양한 장르를 편성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12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MBC는 월화극 시간대를 오후 10시에서 9시로 옮겼다. MBC는 "기존 오후 10시 시간대에 주요 방송사가 일괄적으로 드라마를 편성함에 따라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이자 시청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KBS는 최근 사내 토털 리뷰 비상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KBS 비상경영계획 2019'를 마련했다. KBS의 올해 사업손실은 1019억원, 2023년까지의 누적 사업손실은 656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KBS는 내년까지 프로그램수를 현행 대비 90% 수준으로 축소하고 미니시리즈도 기존 70분에서 50분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