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방송사 측의 시청자 우롱이 첫번째 문제였고, 투표 조작이 사실이라면 그 의도가 궁금해지죠. 그렇다면 소속사들과의 커넥션도 의심스러울 수밖예요."
'프로듀스X101' 팬덤과 '문화 공룡' CJ ENM의 법적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진상위)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마스트 김종휘 변호사는 2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전례가 없는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면서 "방송사가 시청자를 기만해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한다. 그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프듀X' 진상위는 투표 조작 의혹에 관련된 CJ E&M 소속 직접 실행자 및 이들과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소속사 관계자들을 사기의 공동 정범 혐의 및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 공동정범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 고발했다. 제작진도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맞대응을 준비중이다. 이로써 팬과 서바이벌 방송 제작진 간의 법정 대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발했다.
스포츠조선은 2일 '프듀X' 진상위의 법률대리인으로 고소 및 고발을 대리한 김종휘 변호사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김종휘 변호사는 이번 '프듀X' 사태에 대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보통 유료 문자로 인한 법적 문제라고 하면 정보이용료 사기 같은 거죠. 이런 '유료 문자 투표' 관련 법적 사례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하물며 그게 '방송 조작' 의혹으로 발전하면서 재판이 이뤄진 경우는 더더욱 없죠."
이번 고소, 고발에는 '프듀X' 시청자 중 260명이 뜻을 모았다. 현재까지 수집된 문자 투표 내역은 378명, 탄원에 동의한 사람은 299명에 달한다. 7월 19일 그룹 '엑스원(X1)' 데뷔조를 선발하는 Mnet '프로듀스X101' 마지막 회를 시청하며 연습생 선발 유료 문자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당시 1위부터 20위까지의 득표차가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로 설명되는데다, 2만9978표 차이가 5번이나 반복돼 의혹이 커졌다.
김종휘 변호사는 Mnet 측의 무성의한 초기 대응을 지적했다. 결국 이 논란이 점점 커지고,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한 이유는 "처음엔 모른다, 우리 쪽에 오류가 있었다, 결과에는 문제 없다"로 달라지며 시청자를 우롱한 방송사 측 해명 태도라는 것.
"처음 법리 검토 때는 '표수 조작에 대한 의혹'에 포인트를 맞췄죠. 그런데 이게 정말 '의도된 오류인가? 그럼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될지도 모를 조작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시청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연습생들의 소속사는 처음엔 피해자라고 생각했는데, 일부 소속사와의 공모 가능성도 높게 봅니다."
Mnet이 집계상의 오류를 인정함에 따라 팬들은 '원본데이터를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도 힘을 보탰다. 결국 Mnet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고,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지난달 31일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 내 '프듀X' 제작진 사무실과 문자투표 데이터 보관 업체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김종휘 변호사는 "민사로는 한계가 명백하다. 피해 금액도 크지 않고, 정식 수사 없이 증거 확보가 어렵다"면서 "방송사에는 공적인 의무가 있고, 이런 유료 문자 투표에 대해 방송사가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의무"라고 강조했다.
"시청자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소송입니다. 수임료도 최소만 받았어요. 이번 사태의 실체가 정확하게 규명이 돼야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겠죠. 결국 수사기관의 의지에 달렸다고 봅니다."
김종휘 변호사는 '프듀X' 투표조작 논란을 청년 취업사기, 채용비리로 규정한 하태경 의원의 말에도 공감을 표했다.
"방송사는 방송사대로, 시청자는 시청자대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서는 안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합니다. 또 만약 이번 일이 진짜 조작으로 결론이 난다면,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있어야겠죠. 그건 의원님들이 하실 일이고, 전 이번 재판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임한 '진상위' 운영진 역시 "투표 및 집계 과정에서의 조작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제작진의 임의 수정 자체가 시청자를 기만한 것"이라며 "공정한 수사를 통해 '로우 데이터'를 밝혀냄으로써 시청자들이 진실된 결과를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진상위에는 데뷔조에 들어간 연습생의 팬도 많다"며 '데뷔 못한 연습생 팬들의 한풀기'라는 시선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서바이벌 명가'라는 Mnet의 위상, 시청자를 '국민 프로듀서'로 칭하며 4회의 시즌을 진행한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은 그 근간부터 흔들릴 위기를 맞이했다. 오는 27일 고척 스카이돔으로 예정된 '프듀X' 데뷔조 그룹 엑스원의 데뷔도 위기에 처했다. 이번 법적 다툼으로 모든 의혹이 밝혀질지 궁금해진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