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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우의 한반도 프리즘 '전문가 좌담=한반도 평화시대 관광의 역할과 비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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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한반도평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그 노정은 만만치가 않다. 한마디로 '춘래불사춘(春來不思春)'. 요즘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으로 이어지는 북미 정상간 빅이벤트가 지금껏 희망의 끈을 이어주고는 있지만 그 결과물이란 기대 이하다.

남북교류 활성화 등 일련의 현안은 중차대한 우리의 문제다. 그럼에도 열강들의 틈새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좀처럼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 같은 현실에서 남북교류협력의 지렛대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관광은 어떤 역할과 비전을 가져야 할까?

관광-남북관계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 해법을 모색해보았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참석 패널>

▲김남조(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관광학박사)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국제정치학 박사)

▲류광훈(한국문화관광연구원 경영기획본부장/ 관광학 박사)

▲김한규(한국관광공사 한반도관광센터 차장/ 북한학 박사)

▲사회=김형우(스포츠조선 남북교류 TF팀장· 관광전문기자/ 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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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 뜻대로 할 수 없는 북한관광



▶김형우=남븍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비교적 연성의 테마인 관광이 그 역할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게 무난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습니다. 국제사회제재(미국의 제재)의 벽에 막혀 있습니다. 그 돌파구로 다양한 테마의 남북 민간교류, 소규모 회의 미팅+애프터 관광 등을 진행하는 '작은 관광'의 실천. 이를테면 소규모 MICE도 대안이 될 듯싶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 뜻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지요.

일각에서는 "금강산관광중단-개성공단 철수가 이명박-박근혜정권의 행정명령에 불과하기에 굳이 미국의 허락이 불필요한 사안이다. 우리가 재개하면 그만이다"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임을출: 정전협정이 개정된다던가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DMZ 2㎞가 유엔관할이기에 미국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류광훈 : 그렇다면 향후 외국인이라도 북한과 한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시장을 공유하고 통관을 유연하게 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도 있을 테니까요.

▶임을출: 정전체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현재는 DMZ에 들어가려면 유엔에 보고하고 허락을 맡아야 합니다. 만약 종전선언이 된다면 포괄적 관리권을 받아오기가 좋습니다. 포괄적 관리권을 받아오면 불편하긴 해도 DMZ관광도 가능하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을 잘 설득해야 합니다.

▶김형우: 향후 궁극적 해법은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는 것이겠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한반도관광(북한관광)은 중국이 주도권을 차지한 형세가 되고 있습니다.

▶임을출: 그렇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이 중국인들의 북한관광은 제재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은 단순 관광이 아닙니다. 중국 기업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비즈니스 성격도 큽니다. 즉 관광과 경제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시그널입니다.

우리가 북한을 오고갈 때는 모든 소지품에 대해 신고를 해야 합니다. 여행용품도 전수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일례로 금강산 갈 때 기자들 노트북도 못 가져가지요. 유엔제제에 해당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휴전에 따른 정전상황을 컨트롤하는 유엔사, 그 중심인 미국의 영향권 내에 있습니다. 과거 금강산 관광 때는 우리에게 포괄적 관리권이 있었기에 모든 소지품에 대한 신고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그 자율권 행사를 할 수 없는 것이고요. 따라서 건건이 신고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반면 중국 측은 북한 입국자에 대해 중국당국이 관리를 하기에 유연한 편입니다.

그럼 당장 어떻게 해결해야하는가? 제재가 완화되면 첫 단계는 관광이 시작일 것입니다. 우리가 당장 북한관광은 하지 못하지만 DMZ접경지역 방문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본격적인 남북관광을 대비하는 것이 차선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화관광의 의미를 고양시키는 것이지요.

▶김한규: 중국인 북한관광 관련해서 보완하자면 2013년 이후 중국정부의 공식통계는 없지만 2012년 중국 단체관광객 23만 명이 북한 관광을 갔다고 합니다. 중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17년 60만 명, 작년은 120만 명이 평양과 신의주, 라선 등 접경지역 관광에 나섰습니다. 현재 베이징에서 단동 거쳐 신의주 가는 열차표는 구하기 힘들 정도로 활황이고요. 또 평양 가는 국제 열차표는 한 달 전에 매진된다고 합니다. 중국여행사 관계자들은 북한관광이 역대 최고 호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합니다. 북한은 지금 호텔 부족 등 수용태세를 갖추는 게 급한 상황이 되었고요. 이 같은 상황을 활용해서 향후 북한을 찾는 외래 관광객들을 육로관광으로 서울까지 끌어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4. 향후 남북관광의 효율적 진행 방향은?

▶김형우=김정은 시대 북한관광정책은 크게 ▲국제사회제재를 피한 외화벌이 ▲글로벌 스탠다드한 인프라 지향 ▲인민행복 증진(내수관광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한 북한 내부에서도 장마당을 통해 부를 이룬 계층을 중심으로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도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에 따른 우리의 접근법도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그 효율적 방안은 무엇일까요?

▶김남조: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으니 우리가 북한관광을 먼저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관광을 할 수 있는 계층이 있으니 선별적으로 관광을 시키는 단계가 곧 오지 않을까 싶고요. 쿠바 등 제3세계 국가들 모두 관광을 통해 국가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요즘 평양시민의 차림새나 휴대폰 보급률만 봐도 관광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입니다.

▶김한규: 현재 김정은이 가장 주목하는 산업이 관광입니다. 대규모 투자 없이 기존 자원 활용만으로도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앞으로 남북관광이 재개되면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인프라 투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관광을 매개로 하여 북한 개발, 인프라구축 뿐만이 아닌 도시개발, 관광자원개발도 같이 봐야 합니다. 관광이 남북 주민의 생활공동체, 경제공동체, 평화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할 테고요.

▶류광훈: 요즘 북한을 소개하는 방송을 보면 주민들의 삶의 수준도 어느 정도 향상이 되었고, 그들도 우리의 삶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처음 남북 관광했을 때처럼 북한을 공개하고 싶지 않던 것과는 달리 평양은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형우: 북한의 인바운드 관광 상품은 평양시내 도보관광, 민박체험, 지하철 관광, 자전거 관광, 평양상공 비행관광, 협동농장체험 등 꽤 다양합니다. 이런 것 만 봐도 북한이 현재 나름 자신감 있게 외래 관광객을 수용할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한규: 그렇습니다. 평양관광자원의 성격이 변하고 있습니다. 제일 압도적인 것은 체제선전이지만 2010년 들어 문수물놀이장. 승마, 항공촬영 등 관광자원의 성격이 보여주기식 관광에서 들어가 보기 관광을 허용하는 듯 한 모습입니다. 관광은 북한을 들여다보는 창으로서 좋은 소재라고 생각 됩니다.

▶류광훈: 우리의 남남갈등도 문제입니다. 만약 당장 우리나라 국민이 대거 북한관광을 가게 되면 국내에서도 부정적 여론이 있을 것입니다.

▶김남조: 북한관광의 여건은 좋아진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파라 많은 경험을 했고, 싱가포르 중국 등에서의 행보를 보면 오픈 의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여건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류광훈: 북한 입장에서는 기초원재료 수출, 노동력수출은 유엔제제에 묶여있기에 당장 관광이 중요합니다. 제3세계 국가에서 서비스 일자리는 그 국가에서 가장 기본에 속하기에 이런 차원에서도 관광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북한에서 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과 매치시켜야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입니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번영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서로의 이해가 맞는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가치의 교집합을 찾아야한다는 것이지요.

▶김형우: 더불어 북한 바로알기가 필요하겠지요. 이제 과거에 머무르려는 북한이 아니라는 점. 북한은 단순히 원조를 통해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피하려는 입장만이 아니라고 봅니다. 김일성-김정일 체제 때와는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경제적 성과를 거두는 국가, 그런 리더십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이 김정은의 꿈입니다. 교류협력을 추진하려는 우리 지자체, 기업들이 새겨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야 교류협력의 상대격인 북한이 반기는 경제적 교류 진출이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