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답답한 구두나 운동화보다는 샌들 같은 가벼운 신발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샌들을 잘못 신으면 족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샌들은 보통 굽이 얇고 뒤축이 없는 형태로 되어있어 몸이 앞으로 쏠리게 되는데 신체의 무게를 샌들 앞쪽 얇은 끈으로만 지탱하게 되면서 앞볼에 과도한 무게와 압력이 실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엄지발가락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휘게 된다는 것.
이 과정이 계속되게 되면 무지외반증이 발병하게 된다. 무지는 엄지발가락을 말하며 외반은 바깥쪽으로 휘는 것을 말한다. 엄지발가락은 보행 시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되는데 무지외반증 탓에 다른 발가락에 체중 부하가 전달된다.
이 같은 증상이 계속되면 엄지발가락과 두번째 발가락이 겹치는 변형으로 진행되고 통증 때문에 발바닥 외측에 힘을 주고 걷게 된다. 그러다보면 점차 걸음걸이가 비정상적으로 바뀌고 발목과 무릎관절염, 허리디스크 등 2차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샌들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힐과 같이 신발 앞쪽이 좁은 신발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좁은 신발 앞쪽에 발가락을 억지로 욱여넣다 보면 엄지발가락이 구부러진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면 엄지발가락이 돌출되는 무지외반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이런 특성 때문에 무지외반증은 여성에게서 압도적으로 자주 나타난다. 보통 이 병의 성비는 여성과 남성의 8대2정도인데 여기에는 여성이 발볼이 좁은 신발을 신는다는 후천적 원인과 더불어 이 질환이 50% 이상의 높은 모계유전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그저 무지외반증을 '발가락 통증' 정도로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는 점이다.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은 "발가락이 휘어진 정도가 12도 이상이면 무지외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12도에서 20도 사이 각도가 나타나는 초기 단계에는 수술이 아닌 변형을 지연시키기 위한 보조기, 발 볼이 넓은 신발, 내부 압력을 조절해줄 수 있는 인솔 등 보존치료를 시행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보존치료는 변형지연이 목적이므로 이를 통해 무지외반증을 완치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원장은 "발가락이 20도 이상 휘어지게 된다면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게 되므로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지외반증을 예방할 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발이 편한 신발'을 고르길 추천한다. 박 원장은 "발 건강을 위해서는 여름철 슬리퍼나 샌들을 자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5cm 이하의 낮은 굽을 신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발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는 "발가락 스트레칭을 수시로 하고 족욕과 마사지로 발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질환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