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잘 잡아야 한데이!", "예!"
27일 부산 사직구장.
정적을 깨는 타구 소리가 들리자 선수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경기 전 으레 펼쳐지는 선수단 훈련 장면. 하지만 챗바퀴 굴러가듯 펼쳐지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후배들의 훈련을 돕기 위해 배트를 잡은 주인공은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였다.
이대호 뿐만이 아니었다. 베테랑 선수들이 선수들을 이끌고 삼삼오오 모여 훈련을 주도했다. 경기 전 미팅에 앞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선수들이 스스로 그라운드에 나와 일찌감치 몸을 풀었다. 전날 6대8 패배로 침체된 분위기가 예상됐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베테랑-신예-백업 할 것 없이 소통하며 그라운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를 끌어 올려야 하는 중책을 안게 된 공필성 감독 대행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그동안 중심을 잡지 못했던 베테랑들이 전면에 서서 팀을 이끌어 나아가야 한다는 것. 공 감독 대행은 지난 주 양상문 전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이어 받은 뒤부터 팀 추스르기에 바쁜 시간을 보냈다. 베테랑 선수들과 일일이 만나 면담을 하고, 그들이 원하는 부분에 귀를 기울였다. 단장-감독 동반 사퇴로 처진 팀 분위기는 '소통 효과' 속에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공 감독 대행은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보고자 했는데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잘 따라주는 것 같아 고맙다. 선수들 스스로 중심이 되는 문화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코치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에서 선수들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하위 추락으로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선 분위기 뿐만 아니라 실력까지 반등해야 한다. 여전히 약한 불펜, 고비 때마다 나오는 실책 등 그동안 드러냈던 문제점을 빠르게 걷어내야 한다. 이에 대해 공 감독 대행은 "지금 우리에겐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팀의 앞날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모습도 중요하다"며 "강팀이 되어가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게 남은 시즌 동안의 내 역할 아닌가 싶다"고 했다.
26일 SK에 6대8로 패했던 롯데는 27일에도 벽을 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소통과 자율을 강조하며 출발한 공 감독 대행 체제에서 과연 롯데는 가시밭길을 넘어 반등의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