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모든 게 생각대로 되고 있는 SK 와이번스다.
후반기에 돌입한 SK는 맨꼭대기에 서 있다. 2위 그룹과 벌려놓은 차이 덕에 여유로운 발걸음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 8월까지 흐름에 따라선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대비하는 팀 운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조심스럽게 피어 오르고 있다. 전반기 내내 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한 모습을 보여준 팀 밸런스가 그만큼 좋다.
하지만 염경엽 SK 감독은 여전히 '신중모드'다. "전반기를 마치고 1주일을 쉬었다. 새 시즌을 시작하는 기분과 다르지 않다. 시즌 초반과 마찬가지로 5할 승률만 해줘도 된다는 바람"이라고 말한다. 변화무쌍한 그라운드에서 여유를 부릴 틈은 없다는 스스로에 대한 주문이다.
염 감독이 바라보는 후반기 포인트는 불펜이다. SK는 서진용-김태훈-하재훈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꾸려왔다. 서진용은 전반기에만 21홀드를 챙겼고, 김태훈도 16홀드로 힘을 보탰다. 마무리 투수 하재훈은 23세이브를 수확했다. 올 시즌 첫 마무리 보직을 맡았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선보였다. 드러난 실력과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염 감독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의 시각은 달랐다. 염 감독은 "김태훈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풀타임 시즌이 올해 처음"이라며 "전반기에 잘해줬지만, 후반기에는 분명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해당 선수들 뿐만 아니라 팀에게도 중요한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며 "부상 등 변수 없이 시즌을 잘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SK는 김광현-헨리 소사-앙헬 산체스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박종훈-문승원까지 더하면 리그 내 최정상급의 선발 로테이션. 그러나 이들의 뒤를 이어받는 계투진이 흔들린다면 모든 활약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에서 결과를 통해 쌓는 자신감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의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염갈량'의 시선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