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안성기(67)가 "데뷔 때부터 역사, 사회성 있는 영화만 택해 멜로 못하는 배우가 됐다"고 말했다.
미스터리 액션 영화 '사자'(김주환 감독, 키이스트 제작)에서 악을 쫓는 구마 사제 안신부를 연기한 안성기. 그가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사자'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사자'는 2017년 여름 극장가에 등판해 무려 56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성적을 거둔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과 '대세'로 떠오른 박서준의 두 번째 만남, 그리고 '명배우' 안성기와 '블루칩' 우도환까지 가세한 만큼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한국의 오컬트 블록버스터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퇴마 소재와 과감한 장르적 시도, 강렬한 판타지와 액션으로
버무려진 '사자'는 한국의 '콘스탄틴'(05,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으로 등극하며 텐트폴 시장인 올여름 극장가, '나랏말싸미'(조철현 감독)에 이어 두 번째 주자로 나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올해로 데뷔 62주년을 맞이한 베테랑 '국민 배우' 안성기는 '사냥'(16, 이우철 감독) 이후 3년 만에 '사자'로 스크린에 컴백, 국보급 명품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그는 강한 신념과 의지로 모든 것을 걸고 구마 의식을 행하는 안신부의 남다른 카리스마는 물론 악과 마주한 격투기 선수 박용후(박서준)의 멘토이자 때론 아버지와 같은 따뜻한 휴머니티, 웃음을 전하며 '사자' 속에서 안정적인 균형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바티칸에서 파견된 구마 사제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 한두 달 전부터 라틴어를 공부하는 등 리얼리티를 높인 안성기는 '국민 배우'의 품격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날 안성기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것에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그는 "감회가 남다르다. 돌이켜보면 정말 한국영화는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전쟁 후에 시작됐다고 가정했을 때 55년 이후 한국영화들이 많은 관심을 받은 것 같다. 나는 57년부터 영화를 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영화를 참 좋아했다. 60년대 우리영화 전성기도 있었다. 1년에 200여편의 영화가 제작됐다. 70년대에는 정치적으로 유신이라는 체제 속에서 살게 됐는데 그때 한국영화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영화가 정치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가지 보기 힘든 영화들이 판을 이뤘다. 그때 영화를 보는 시각이 많이 안 좋았고 본연의 모습을 많이 잃어갔다. 70년대 다시 영화를 시작했는데 정말 암울했다. 80년대 '바람불어 좋은 날'이라는 의미있는 작품이 나온다. 그 시대를 잘 담은 영화였다. 그 전까지는 그렇게 담을 수도 없었고 용기도 없었다. 80년도에는 격변의 시대라서 가능했다. 그 다음부터 영화가 조금씩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게 됐다. 주로 못했던 이야기의 영화를 선택하려고 했고 현실성, 역사성, 사회성 있는 영화를 택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멜로를 잘 못하는 배우가 됐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80년대가 지나면서 90년대 민주화가 되고 90년대 말 직배 환경이 생겼다. 전부 외화를 보는데 그나마 외화가 자국으로 수익을 모두 가져가려 했다. 그래서 스크린 쿼터제가 나왔다. 아마 세계적으로 영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건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 당시에 인정을 많이 받았다. 물론 비판의 시각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미FTA를 체결하면서 그게 또 깨졌다. 그래도 우리나라 영화가 실력이 쌓이면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00년대 되면서 우리나라 영화가 경쟁력이 생겼다. 작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봤다. 과거엔 해외 영화는 필름을 마음대로 썼는데 그게 매우 부러웠다. 우리는 필름값이 비싸서 그러질 못했다. 그런데 디지털화 돼 여유가 생겼다. 이제 문제는 이야기인 것 같다. 감동과 공감, 충격이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게 앞으로의 숙제인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이 구마 사제 신부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 등이 가세했고 '청년경찰'의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1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