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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개혁]KBO의 파격, "로봇 심판, 안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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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야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판정이 존재하는 경기. 심판 권위가 무너지면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게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말은 묘하게도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법 권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사회적 룰인 법 권위가 무너지면 무한 욕망을 추구하는 개인과 개인의 이기적 충돌만 남는다.

하지만 이 두가지 표현은 오심과 악법에 대한 관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심과 악법을 그냥 내버려 둬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의 권위, 심판 권위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고쳐져야 한다. 최소한 그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실제 그렇다. 악법도 오심도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9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에 적용할 새로운 규정 7가지를 발표했다. 제1조가 파격적이다. '주심은 스트라이크 판정 때 레이더 기반 투구 및 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의 도움을 받는다'고 적혀있다. 야구잡담에서 회자됐던 바로 그 '로봇 심판'의 도입이다. 완전 도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스트라이크 판정은 여전히 주심이 한다. 이어폰을 통해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상 주심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어처구니 없는 오류가 나와 선수가 황당한 표정을 지어도 난처한 표정으로 이어폰만 가리켰을 뿐이다.

사상 최초의 로봇 심판인 '자동 볼판정 시스템(Automated Ball-Strike System=ABS)'이 지난 11일 피플스뱅크 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틱리그 올스타전에서 실시됐다. 주심 브라이언 드브라워는 무선 이어폰을 오른쪽 귀에 착용하고 3D 도플러 레이더의 판정을 전달받았다. 전달과정에서 지연 시간은 1~2초에 불과했다.

사소한 결함도 있었다. 판정이 내려지지 않은 공이 3개 있었고, 이후 1분 동안 수신이 끊어지기도 했다.

신장이 다른 선수 별로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스트라이크존 높이를 사전에 조정지만 엉뚱한 위치에 들어온 공이 볼 판정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시행 첫날이란 점을 감안하면 부작용은 미미했다. 기계적 오류는 최종 판단을 심판에게 부여함으로서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

미래의 기술 진보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숫자와 같다.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진보한다. 정교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로봇 심판 도입이 마이너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상륙할 날도 머지 않았다.

비디오판독 도입 당시 메이저리그에서는 논란이 뜨거웠다. 하지만 결국 '오심은 줄어야 한다'는 논리가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논리에 승리했다. 결국 비디오판독이 메이저리그를 넘어 국내 프로야구에도 보편화 됐지만 심판 권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는 전제를 쿨하게 인정했을 뿐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기술 도움을 받아 오심이 줄면 궁극적으로 심판 권위는 더 공고해질 수 있다.

스트라이크 판정은 사실 정해진 존을 판단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외를 떠나 주심의 개성이 지나치게 개입된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스트라이크 콜은 버라이어티하기 보다는 지루할 정도로 무미건조해야 한다. 그래야 투수와 타자 모두 안정감을 느끼고 진짜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경기당 볼 판정에서 오심은 14번이었다. 이닝당 1.6개에 달한다. 지난해 볼 판정 정확도는 91.1%였다. 9% 가까운 잘못된 볼 판정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치열한 볼카운트 승부 속 공 하나의 판정은 매우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분명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치다.

첫 걸음을 뗀 로봇 심판제도. 궁극적으로 오심률 0%를 지향한다. 태평양을 건너 한국 땅에 상륙할 날도 머지 않았다. 과연 로봇 심판을 보는 우리 리그의 관점은 어떨까.

KBO 고위 관계자는 향후 로봇 심판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그는 "(도입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여건이 성숙되면 미국보다 더 첨단 시스템으로 도입을 적극 논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