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김준석 기자] 이기는 정치를 고집하던 손석구의 속마음이 드디어 터져 나왔다.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냉철한 카리스마의 대통령 권한대행 비서실장 차영진으로 분해 매회 호평을 잇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손석구가 강약을 오가는 디테일한 감정연기로 안방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지난 방송에서 차영진(손석구)은 거국내각 수립의 첫 걸음인 오영석(이준혁)의 장관 임명식을 중단시킨 박무진(지진희)을 설득하는데 실패하고 실망과 분노에 휩싸였다. 차영진은 거국내각이 박무진의 행정 능력을 검증 받은 시험대이자 자신이 택한 이기는 정치를 하는 좋은 리더임을 직감한 후라 그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던 상황. 거기에 "정치적 사안에 승부수를 거는 청와대 생리에 익숙하지 않다"고 박무진을 두둔하는 정수정(최윤영)의 한마디에 차영진은 "익숙하지 않다고요? 간절하지 않은 겁니다. 대행님"이라며 박무진의 폐부를 찔렀다.
정치인으로서 승리하기 위한 싸움을 갈망하는 것도 당연하나, 차영진이 그동안 가슴 깊은 곳에 숨겨뒀던 속내는 드러나지 않았던 바다. 차영진은 지난 정권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야당이든 기득권 세력이든 우리를 반대하는 세력과 싸워 이겼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음부터 여지를 주지 않고 더 밀어 붙였더라면 내가 그때 대통령님께 한 번 더 강하게 말했더라면, 임기 내내 조롱 당하고 이렇게 초라한 뒷모습으로 우리 역사에 남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기는 리더에 집착했던 이유를 내비쳤다. 이어, 차영진은 "양진만 대통령은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실패한 겁니다"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왜 그토록 차영진이 이기는 정치에 집착했는지, 늘 명료하고 정확했던 그가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며 울컥했던 장면에서 손석구는 강약을 자유자제로 오가며 디테일한 감정연기를 선보였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보좌관으로서의 슬픔과 박무진을 차기 대권주자로 올려두려는 킹 메이커로서의 분노, 좋은 리더를 지키지 못하고 남은 상처가 혼재하는 감정을 훌륭하게 소화한 것.
특히 손석구는 정치에 있어서는 차가울 정도로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며 매회 호연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지진희를 비롯, 허준호, 최윤영, 이무생 등 청와대 구성원들은 물론 배종옥, 이준혁 등과도 카리스마를 견주며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회를 거듭할 수록 빠져드는 연기로 '킹 메이커' 차영진을 완벽히 만들어내고 있는 손석구가 '60일, 지정생존자'를 어떻게 그려갈지. 이제 막 5부 능선을 넘어선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후반부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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