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이유를 불문하고, 팬의 목소리에는 응답하겠습니다."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을 딛고 조금씩 전력이 안정되어 가던 프로축구 K리그2 전남 드래곤즈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일부 팬들이 올 시즌 구단 운영에 관한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 이들은 지난 22일에 팬 30명의 실명을 첨부한 성명서를 구단에 전달했다. 이 성명서에는 4개 항목에 관한 의혹과 문제제기가 담겨 있었다. ①전지훈련기간과 시즌 중 P급 지도자 교육을 위해 해외에 다녀온 K코치에 대한 특혜 의혹. ②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A코치의 부정 채용 의혹. ③구단 경력직원 채용에 관한 의혹. ④징계를 받아 퇴사한 전 사무국장의 정확한 비리 내용 공개 등이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전남 구단이 답변을 했다. 전남은 지난 23일 오후 '팬 성명서에 대한 구단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전남 구단은 팬들이 제기한 문제에 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팬들이 제기한 의혹 중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도 상당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을 떠나 어쨌든 팬들의 목소리에 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남 구단은 공식 입장문의 첫 머리에 "어떠한 이유에서든 팬들의 궁금증에 대해 신속하고 만족할만한 답변을 못 드린 점에 대해서 사과드리며, 앞으로 이러한 팬들의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정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남 구단은 팬들의 성명서에 제기된 문제들에 관해 답했다. 우선 'A코치의 P급 지도자 자격증 교육 참여 특혜 여부와 차기 감독 내정설'에 관해서는 "K코치는 지난 1월 말, P급 지도자 자격증 교육 참석의 기회가 생겨 파비아노 감독에게 참석이 가능한지 허락을 구했으며 감독 또한 '개인의 발전을 위한 것이니 부담 없이 다녀오라'며 흔쾌히 승낙한 뒤 이를 구단에 보고한 상황이다. 지난 6월 말 교육 참가 역시 구단의 정상적인 보고 체계를 거쳐 참석이 결정되었고, 그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기 감독 내정설'에 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공식적인 성명서에 언급함으로써 후반기 반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선수단 사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K 코치 본인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기에 유감을 표합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두 번째로 제기된 'A 코치 부정채용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코치는 현재 B 라이센스 보유 중이며, A 라이센스 교육 과정에 있다. 하지만, A라이센스가 없는 것이 구단이 코치를 채용하는데 금해야 할 절대적인 요건은 아니며, A 코치는 경기당일 벤치 착석과 그라운드 지도행위를 못하는 것 이외에 코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파비아노 감독 또한 A 코치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구단 주요 요직에 현 사무국장의 측근들이 채용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구단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는 공개 채용과 추천에 의한 특별 채용의 방법이 있다"면서 "경력직의 경우, 공개 채용보다는 복수 추천에 의한 특별 채용이 일반적인 방법이며 의혹을 제기한 직원들의 경우 모두 복수 추천 후 대표이사 면접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채용이 결정되었다. 사무국장이 임의로 채용을 결정한 듯한 표현은 전남 드래곤즈라는 기업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조직의 건전성에 오해를 줄 수 있다"고 못박았다. 구단은 이어 "의혹 제기에 앞서 확실한 팩트와 증거를 기반으로 구단에 먼저 문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전남은 '퇴사직원의 비위행위와 처벌에 대한 적절성 여부'에 대해 "퇴사직원의 일부 확인된 비위행위는 이미 내부적인 징계 조치가 종결되었고, 전임 사무국장에 대해서는 지휘 책임 소홀로 징계하였고, 당사자가 자진해서 퇴사했다"며 "형법에 피의사실 공표죄가 있으며, 모 구단의 선수 계약해지 과정에서 병명 공개가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최근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시되고 있는바,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을 끝으로 전남은 "우리 구단은 'ReStart 2019'를 모토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구성원 모두가 심기일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팬 여러분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구단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