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첼시는 무시무시한 징크스를 안고 있다. 등번호 9번을 단 선수들이 하나같이 죽을 쑤는 일명 '9번의 저주'다.
역사가 제법 길다. 에르난 크레스포(31경기 12골) 마테야 케즈만(41경기 7골) 프랑코 디 산토(16경기 0골) 페르난도 토레스(172경기 45골) 라다멜 팔카오(12경기 1골) 알바로 모라타(48경기 15골) 곤살로 이과인(18경기 5골) 등 9번 선수들이 큰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9번 유니폼을 벗었다.
특히, 큰 기대를 품고 구단 최고 이적료를 들여 영입한 토레스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머물며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결승골 외에는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지난시즌 임대로 데려온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공격수 이과인도 마찬가지. 이과인이 유벤투스로 돌아간 뒤 9번은 현재 공석이다.
레전드 출신으로 누구보다 9번의 저주를 잘 알고 있을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은 9번 적임자를 현재 선수단 내부에서 찾고 있다. 유소년 영입 규정 위반에 따라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이적시장 영입 금지를 받은 터라, 돈이 있어도 정상급 공격수를 데려올 수 없는 처지다.
램파드 감독은 지난 22일 FC 바르셀로나와의 프리시즌 투어 친선경기에서 시험 삼아 21세 공격수 타미 아브라함에게 9번을 맡겼다. 아브라함은 첼시 유스 출신으로, 지난시즌 2부 애스턴 빌라로 임대를 떠나 25골을 넣는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며 마찬가지로 2부팀인 더비 카운티 수장이던 램파드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선수다.
아브라함은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날 맞대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당당히 선발출전해 34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이날 경기에서 첼시는 후반 36분 로스 바클리의 추가골을 묶어 이반 라키티치가 한 골을 만회한 바르셀로나를 2대1로 꺾었다.
아브라함은 "첼시의 9번 셔츠를 입은 건 크나큰 영광"이라며 "경기 전 램파드 감독이 '9번을 달 준비가 됐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답했다. 감독이 내게 9번을 제안해준 것이 감격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직 2019~2020시즌 첼시의 9번으로 정식 임명된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벌써 9번 유니폼을 입고 있는 듯하다. 그는 "첼시의 9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압박을 즐긴다"며 징크스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당당히 말했다.
램파드 감독은 "타미는 지난시즌 챔피언십에서 능력을 증명했다. 이제 첼시에서도 그 능력을 선보일 차례"라며 "타미는 골잡이이고, 언제나 득점을 갈구한다.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든다"고 엄지를 세웠다.
첼시는 이날 9번의 가능성을 엿봤지만, 10번은 비워뒀다.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전직 에이스 에당 아자르의 번호다. 유망주 메이슨 마운트가 프리시즌 기간 중 10번 역할을 맡고 있지만, 베테랑 공격형 미드필더인 윌리안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10번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투어를 마친 첼시는 28일 레딩에서 레딩(2부)과 친선경기를 펼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