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월드컵에 출전할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 12명이 확정됐다.
김상식 감독과 조상현 수석 코치가 고심끝에 선정했고, KBA(대한민국 농구협회)와 KBL(한국농구연맹)이 공식 발표했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허 훈 강상재가 살아남았다. 대만에서 열린 존스컵에서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 그런데, 존스컵에 출전하지 않은 양희종 박찬희가 승선했다. 두 선수는 아시아 지역예선의 '코어'였다.
반면, 신예 빅 포워드들은 대부분 탈락했다. 송교창 양홍석 임동섭 안영준 등이 탈락했다. 전준범과 유일한 대학생이었던 박정현(고려대)도 승선하지 못했다.
농구월드컵은 중국에서 열린다. B조에 속한 한국은 8월31일 아르헨티나, 9월2일 러시아, 9월4일 나이지리아와 조별 예선전을 치른다.
살아남은 12인은 이유가 있었다.
●허 훈과 강상재가 살아남은 이유
12인 명단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
일단 대표팀 명단을 살펴보자. 허 훈 박찬희 김선형 이대성(이상 가드) 이정현 최준용 양희종 정효근(이상 포워드) 라건아 김종규 이승현 강상재(이상 센터)가 선발됐다.
허 훈과 강상재가 살아남았다. 이유가 있다. 허 훈은 대표팀 연습 뿐만 아니라 존스컵에서도 최상의 기량을 보였다. 득점이 필요할 때는 개인 기량에 의한 득점, 날카로운 어시스트를 뿌렸다. 게다가 약점으로 꼽혔던 수비에서도 적응하면서 아킬레스건을 최소화했다. 즉, 대표팀에서 필요한 자원임을 입증했다.
강상재 역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붙박이 센터 오세근이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 김준일보다 효율적이었다. 수비와 리바운드 참가 능력 뿐만 아니라 특기인 3점슛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때문에 센터진이 부족한 대표팀에 필요한 존재가 됐다.
김선형 이정현 라건아 김종규 이승현은 사실상 붙박이였다. 최준용은 국제 무대에서 라건아 이승현 다음으로 리바운드 능력이 뛰어났다. 게다가 빅 라인업을 가동할 때 리딩 능력도 괜찮았다. 이대성은 기복이 심한 게 단점. 하지만, 1대1 공수에서 운동능력과 활동력이 남다르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외국 선수와의 맞대결에서 강한 '배짱'을 지니고 있는 부분도 큰 점수를 받았다.
박찬희와 양희종 정효근은 존스컵에 출전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김상식 대표팀 감독은 존스컵 출전 이전 분명히 "젊은 포워드들을 테스트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상대하는 팀들이 좋은 높이를 지녔기 때문에 젊은 포워드들의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즉, 존스컵 출전 선수들 외에도 발탁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 그 대상선수가 3명이었다.
양희종은 팀의 리더 역할과 강인한 수비력, 박찬희는 안정적 리딩과 속공의 시너지, 그리고 수비에서 강점이 높게 평가됐다. 정효근을 두고 코칭스태프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상무에 들어가 있는 정효근은 여전히 좋은 몸상태(몸무게 비슷하고 부상 부위 없음)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우선 체크했다. 송교창 안영준 양홍석 등과 비교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개인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 현 시점 대표팀 조직력에서 정효근이 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종 엔트리에서 나타난 김상식 호의 플랜
김상식 감독이 젊은 빅 포워드를 대거 테스트한 이유가 있다.
농구월드컵은 클래스 자체가 아시아선수권대회와 다르다. 더욱 빠르면서 높이를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기술까지 한 단계 위다. 때문에, 한국 대표팀은 '장신화'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단, 젊은 신예 포워드들의 두 가지가 필요했다. 일단 기량에 대한 경쟁력과 팀에 녹아들 지 여부였다.
그래서 존스컵에 대거 발탁, 테스트를 했다.
김상식 감독은 기본적으로 활동력을 극대화하는 12인 로테이션을 선호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현 시점에서 우리보다 수준 높은 예선 상대를 공략할 수 없다. 여기에 공격에서 1-2-2 포메이션을 즐겨쓴다.
기존의 컨티뉴이티 패턴(플렉스와 같은 약속에 맞춘 패턴)은 세계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 1-2-2 포메이션에 모션 오펜스 패턴을 이식시키려 한다. 이 부분이 아시아 대회에서는 잘 통했다.
좀 더 수준을 높혀야 한다. 개인 기량에서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 즉, 장신 포워드들이 1-2-2를 기본으로 한 모션 오펜스에 녹아드느냐의 테스트 무대가 존스컵이었다.
사실 만족스럽지 않았다. 김상식 감독은 "세계 무대에서 20점을 지든 30점을 지든 맞불을 놓는 게 기본 원칙이다. 단,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농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신 포워드들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신예 포워드들의 팀 융합과정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김 감독은 "존스컵에서 융화 과정이 약간 벅차다는 것은 선수단 전체가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국가대표 세대교체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농구월드컵은 테스트가 아닌 '실전'이다.
이 점에서 김상식 호는 양희종 박찬희 정효근 등을 재발탁했다. 최종 엔트리는 모두 가려졌다. 개인 기량의 문제가 아닌, '팀 경기력'의 극대화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고 대표팀의 장신화와 개개인의 기량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제 팀 수준을 높히는 일만 남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