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최종 목표는 백록담 오피셜 사진입니다."
K리그1 제주 유나이티드는 23일 올림픽 대표 출신 수비수 최규백(25)의 임대 영입 사실을 발표했다. 취약한 수비로 올시즌 성적이 좋지 않은 제주인데, 수비 강화를 위해 일본 J2리그 나가사키에서 최규백을 데려왔다.
그런데 이번 영입 발표 과정에서, 선수 영입 사실보다 눈길을 끈 게 있었다. 바로 최규백을 주인공으로 한 '오피셜 사진'이었다. 보통 프로 축구단들이 선수 영입을 하면 선수가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며 찍은 사진을 팬들에게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사진으로 영입 확정 도장을 찍어 팬들은 '옷피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사진들은 보통 구단 사무실 대형 로고 앞이나, 홈경기장에서 찍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규백의 오피셜 사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가 서있는 배경에 배들이 정박해있는 포구, 돼지고기를 파는 음식점 등이 있었기 때문. 낯선 배경에 최규백이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니 뭔가 웃기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오피셜 사진이 나오기까지는 사연이 있었다. 제주 마케팅팀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제주 관계자는 "여름 이적시장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선수 영입, 오피셜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진 한 장이 제주 구단과 제주도를 알리는 데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색다른 오피셜 사진을 찍어보자는 결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먼저 포구와 바다 배경은 천혜의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를 상징하는 아이템이었다. 이 사진은 누가 봐도 제주의 오피셜 사진이구나 떠올릴 수 있게 했다.
더 '쇼킹'했던 건 고깃집 배경이었다. 그렇다면 구단이 홍보 명목으로 대가를 받고 만든 사진이었을까. 그건 절대 아니다. 제주 관계자는 "우리 구단을 순수히 사랑해 후원해주시는 가게들이 많다. 가게에 홈경기 홍보 포스터를 붙여주시고, 서빙 직원들이 유니폼을 입어주시는 집도 있다. 또, 연간 회원권을 소지한 팬들에게 음식값을 할인해주시기도 한다. 너무 고마운 소상공인들이시다. 구단에서 이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이번 오피셜 사진을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도 대충 찍지 않았다. 일반 음식점에서 사진을 찍어 촌스러워 보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선수와 가게에 피해가 갈까 전문 사진 기사까지 섭외해 사진 촬영을 하고 보정 작업도 진행했다. 그렇게 제주가 야심차게 준비한 특별 오피셜 사진이 탄생할 수 있었다.
제주 관계자는 "앞으로도 선수 영입 사진 뿐 아니라 구단과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할 때 제주 명소 또는 인근 후원의 집들을 방문해 촬영할 계획이다. 축구팬들이라면 꼭 들려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우리의 목표다. 가게들의 경우 구단에 비용 후원을 해주시는 곳이 아닌, 순수하게 우리 구단을 도와주시는 분들로 섭외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설명하며 "제주 명소 영입 사진의 결정판은 한라산 정상 백록담에서 찍는 사진이 아닐까 생각한다. 언젠가 꼭 백록담에서 오피셜 사진을 찍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물론 그 선수가 고생이 많겠지만 말이다"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