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한국 배드민턴이 내년 올림픽을 대비한 대표팀 선수단 운영을 둘러싸고 잡음에 휩싸이고 있다.
올림픽 랭킹 포인트 획득을 위해 전념해야 할 시기에 일부 복식조 변경과 국제대회 출전 선수 선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자꾸 나온다.
배드민턴계는 지난 5월부터 '올림픽 랭킹 레이스'에 들어갔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4월말까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주최 대회에 출전한 성적에 따라 주어지는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내년 5월 초 발표되는 올림픽 세계랭킹에 따라 출전권이 주어진다. 단식의 경우 세계 16위까지 2명 이상 선수를 보유하면 최대 2장(명), 복식은 세계 8위까지 각 2장(조)이다.
현재 남자단식(손완호 이동근)과 여자단식(성지현 김가은 안세영)에서는 큰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던 복식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복식은 세계 8위까지 문이 좁은 데다,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크게 약화된 종목이다.
현재 세계랭킹으로 보면 복식에서 유망한 후보는 여자복식의 경우 이소희-신승찬(이상 인천국제공항·세계 6위), 정경은-장예나(이상 김천시청·세계 11위), 김소영(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세계 13위)이다. 남자복식에서는 서승재(원광대)-최솔규(요넥스·세계 34위)와 강민혁-김원호(이상 삼성전기·세계 46위)가 국내 1, 2번이다. 은퇴한 고성현-신백철(이상 김천시청·세계 21위)이 국내 최상위이지만 대표팀 소속이 아니다. 이들 복식 선수는 내년 4월까지 포인트 축적에 '올인'해 8위 안에 들기 위해 치열한 내부 경쟁도 감수해야 한다.
한데 대표팀이 최근 선수단 개편을 했다가 주변에서 우려의 반응과 함께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안재창 대표팀 감독은 지난 5월 중순 정경은-장예나와 강민혁-김원호의 복식조를 각각 변경했다. 배드민턴계에서는 '찢는다'고 표현한다. 이들을 찢는 대신 정경은-백하나(MG새마을금고), 장예나-김혜린(인천국제공항), 강민혁-김재환(인천국제공항), 김원호-박경훈(상무) 조가 새로 탄생했다. 당시 안 감독은 "베테랑과 신예 선수가 체력과 경험을 서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림픽 랭킹 포인트 레이스가 시작되고 나서야 국내 상위랭커 복식조를 변경한 것에 대해 배드민턴계 내부에서조차 곱지 않은 시선이다. 복식조가 새로 결성되면 세계랭킹 경쟁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평상시 전력 개편 차원이면 몰라도 올림픽 출전권이 시급한 시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종전에도 이런 형태의 갑작스런 파트너 변경 사례는 없었다.
지난 5월 당시 세계 32위였던 강민혁은 김원호와 헤어진 뒤 김재환과 다시 짝을 이뤄 이제 간신히 세계 96위에 이름을 올렸다. 강민혁과 함께 올림픽 출전의 꿈을 꿨던 김원호는 아직까지 국제대회 명단에서 사라진 상태다. 한때 국가대표의 산실로 김동문 하태권 이용대 이효정 등 전설의 복식 선수를 배출했던 소속팀 삼성전기로서는 올림픽 출전선수를 잃게 됐으니 충격이 더 크다.
세계 11위였던 정경은-장예나도 각각 새로운 조를 결성한 뒤 세계 100위에 아직 들지 못했다. 올림픽 랭킹 레이스 특성상 세계랭킹이 없는 상태에서 복식 8위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배드민턴계의 정설이다.
다른 잡음도 흘러나온다. 대표팀 명단에 특정팀 선수가 너무 많거나 국제대회마다 출전 선수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내 대회 성적이 좋은 선수가 배제되는 등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팀 구성은 감독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협회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실패 후 대표팀에 지나치게 간섭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어 대표팀 운영에 대해 지켜보고만 있는 상태다.
한 관계자는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게 사실이지만 협회도 작년의 아픈 기억때문에 대표팀 감독이 하는 일에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