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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파동'이라는 멍을 빼고, 새출발 나서는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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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멍부터 빼야 한다."

이흥실 대전 감독의 깊은 한숨이었다. 이 감독의 말대로 대전은 멍들어 있다. 대전은 최근 6연패를 포함, 13경기(2무11패) 동안 승리가 없다. 선수단 전체에 패배주의가 감돌고 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여러 상황들이 선수단 분위기까지 흔들고 있다. 훈련 과정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워낙 오랫동안 멍이 들어 있어서 멍을 빼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비단 선수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팀 안팎으로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시즌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의혹의 중심이었던 김 호 전 대표이사가 물러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쇄신을 선언하며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졌지만,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선수에서 문제가 터졌다. 공식발표 후 에이즈 감염 사실이 밝혀졌고, 계약해지 과정에서 병명을 공개하며 선수 인권 문제까지 불거졌다. 일련의 아마추어 행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껏 움추렸던 대전이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용규 대표이사가 22일 지역지 기자들을 만나 그간 벌어진 일들에 대해 팬들과 대전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사실 최 대표이사가 일찌감치 얼굴을 드러내고, 사과할 수도 있었지만, 그 보다 먼저 해결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계약을 해지하며, 상처를 받은 선수의 케어가 먼저였다. 최 대표이사는 "브라질 현지에서도 선수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원 소속구단과 협의를 했다. 더이상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일이 잘 풀렸다.

급한 불을 끈 대전은 선수단 보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감독 역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선수 영입'을 꼽았다. 포지션별 불균형이 심해 제대로 전술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전은 일단 이인규 박민규 김태현 김 찬, 4명을 동시에 데려왔다. 윤신영 이지솔 외에 자원이 부족한 수비쪽에 보강이 집중됐다. 주춤했던 외국인선수 영입도 마무리 단계다. 멕시코 1부리그에서 뛰었던 브라질 출신의 장신 공격수 영입이 사실상 확정됐고, 추가 영입도 임박한 상황이다. 기존의 키쭈에 두 외인이 더해지면 공격만큼은 해볼만 한 구성이다.

최 대표이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많이 배웠다"고 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축구 행정 경험이 없었던 최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그는 "이번 사태로 드러난 구단 운영의 행정적인 문제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사무국장 제도 부활, 경험 많은 프런트의 중용 등 다양한 해법들이 거론되고 있다.

2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는 계속된 실기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이름을 연호한 1477명의 팬들이 있었다. 두번의 실수는 안된다. 아픔을 딛고 새롭게 출발하는 대전,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