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바꿀 선수가 없어요."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 외국인 선수 교체 이야기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짐을 싸서 돌아갔을 선수들이 버젓이 경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저스틴 헤일리, 두산 베어스 세스 후랭코프, KIA 타이거즈 제이콥 터너 등이 대표적이다. 헤일리와 터너는 들쑥날쑥한 피칭으로 벤치에 애를 먹이고 있다. 후랭코프는 부상 복귀 이후 뚝 떨어진 경기력으로 3경기 연속 조기강판 속에 3연패를 기록했다. 결국 김태형 감독으로부터 '최후통첩'까지 받았다.
구단들이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일찌감치 스카우트를 파견해 대체 선수를 물색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쓸 만한 선수의 부재다. 특히 투수시장의 인력난은 더 심각하다. 통상 대체 외국인 선수는 구단과의 협상 우위에 선다. 아쉬운 쪽이 바로 구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유혹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쓰고 싶어도 쓸 수 있는 돈이 없다. 올 시즌부터 도입된 외국인 선수 100만 달러 상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지나 8월이 되면 40만 달러로 해결해야 한다. 이적료가 발생하는 우수 선수는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실제 최근 교체 투입된 NC 다이노스 투수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와 LG 트윈스 내야수 카를로스 페게로는 각각 이적료 없는 독립리그와 멕시코리그에서 뛰다 왔다. SK 와이번스의 교체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는 대만리그에서 왔다. 소사 영입전에서 밀린 롯데 자이언츠는 울며 겨자먹기로 SK에서 방출한 브록 다익손을 영입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외국인 한번 교체하려면 큰 모험을 걸어야 한다. 적은 돈으로도 한국에 올 수 있는 선수가 성공할 확률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기존 선수를 바라보며 '혹시나 부활하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게 되는 이유다.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일은 8월 15일. 시간은 구단 편이 아니다.
기약 없는 희망고문 속에 계륵과의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 벤치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