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선언한 투수 임창용(43)의 일본 내 인기가 아직 식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지난 11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구단 창단 50주년 기념 행사 '스왈로스 드림게임'이 그 무대였다.
팬 투표를 중심으로 뽑힌 야쿠르트 출신의 전 선수 43명을 두 팀으로 나눠 대결하는 이 이벤트에는 1990년대 야쿠르트를 4차례나 리그 우승으로 이끈 노무라 가쓰야 전 감독, 전 포수인 후루타 아쓰야, 또 메이저리그에서도 뛴 이와무라 아키노리 등 레전드들이 참가했다. 외국인 선수는 딱 2명 포함됐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임창용이었다.
임창용으로서는 은퇴 후 처음으로 나온 공식적인 자리였다. 은퇴식도 없었다. 임창용의 은퇴 배경을 아는 팬들은 이 자리가 투수 임창용과 고별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창용 본인은 "은퇴식이라는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이벤트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출전선수 전원의 유니폼 등 다양한 기념품도 판매됐는데 빨리 매진된 상품 중 하나가 '12번 임창용'의 것이었다. 여전한 임창용의 일본 내 인기를 방증하는 장면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2만7727명의 만원 관중이 모인 이 게임은 6회까지 진행하는 특별 룰로 오후 7시에 시작됐다. 임창용의 역할은 역시 마무리. 4회 도중에 3루 블펜에 임창용이 등장하자 많은 팬들이 몰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5회말에 마운드에 올랐을 땐 열정적인 큰 환호와 박수가 야구장을 메웠다. 노무라 감독이 후루타 등의 도움을 받으면서 타석에 걸어 갔을 때 다음으로 큰 반응이였다.
임창용은 "작년 10월 이후 9개월만에 공을 던진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던진 볼에 관중들은 크게 환호했다. 2이닝을 던진 임창용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2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이후 6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해 22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임창용의 최고 구속은 128㎞였다. 하지만 숫자보다 공의 위력을 느낀 팬들은 임창용의 투구에 열광했다. 특히 후루타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장면은 이벤트성 경기가 아닌 진짜 정규시즌 경기에서 나오는 진지한 승부처럼 느껴졌다.
경기 후 조명의 화려한 연출 속에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 인사를 했다. 팬의 성원에 손을 들어 인사하는 임창용의 모습은 은퇴식을 연상시켰다.
임창용은 이번 행사에 대해 "초대 받은 것 자체가 영광이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레전드가 참가하는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필자는 이틀 후 KIA 타이거즈 이범호의 은퇴식을 취재했다. 행사는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광주에서 임창용의 은퇴식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한·일·미 통산 1004경기 141승 386세이브를 남긴 슈퍼스타 임창용. 한국에서 그와 이별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