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다승왕의 위용이 오간데 없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가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또 고개를 숙였다. 16일 잠실구장서 펼쳐진 KT 위즈전에서 2이닝 6안타(1홈런), 탈삼진 없이 4실점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어깨 이두건염 부상 재활을 마치고 나선 두 경기서 10실점한 후랭코프가 KT전에서 또다시 무너지면서 두산 김태형 감독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부상 전까지 후랭코프는 10경기 4승3패, 평균자책점 3.02였다. 18승(3패)을 올린 지난해 같은 시기(9경기 6승 무패, 평균자책점 2.82)와 비교하면 승수 쌓기 속도가 더뎠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을 뿐 투구 내용에 큰 문제는 없다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부상 복귀 후 3경기 평균 4이닝 도달에도 실패했고, 14실점을 하는 등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점대 초반이던 후랭코프의 평균자책점 4.41까지 치솟았다.
후랭코프는 지난해 18승을 올렸으나 사구가 리그 전체 1위(22개), 폭투 4위(15개), 최다볼넷 8위(55개)였다. 안타 허용을 줄이기 위해 몸쪽 승부와 변화구 구사에 초점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수치들. 올 시즌엔 사구(10개·4위)를 제외한 볼넷-폭투 갯수가 현격히 줄어들었지만, 전체적인 투구 내용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승부를 펼쳤지만, 한 시즌을 거치면서 분석된 투구 패턴이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결과가 반복되면서 조급증도 커지는 모습이다. 16일 경기가 그랬다. 1회초 내야안타, 2회초 선두 타자 홈런과 불규칙 바운드로 만들어진 2루타 등 운이 따라주지 않는 상황에서 후랭코프는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이준수의 평범한 번트 타구를 처리하지 못하며 스스로 실점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정규시즌을 넘어 가을야구, 나아가 대권 탈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두산과 김 감독 입장에선 후랭코프의 길어지는 부진은 결코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대권 경쟁팀인 SK 와이번스를 넘어서기 위해선 후랭코프가 조쉬 린드블럼과 함께 단단한 원투펀치를 이뤄야 한다. 또다른 선발 카드 이영하가 버티고 있지만, 린드블럼-후랭코프 라인이 주는 무게감과 차이가 있다. 유희관이 반전했으나 물음표가 남아 있고, 이용찬이 지난해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랭코프의 부진이 장기화되면 두산의 남은 시즌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후랭코프가 지난해 보여준 활약상을 고려하면 섣불리 손을 대기도 애매하다.
김 감독은 "후랭코프가 부상 이후 하려는 의지는 보이고 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스스로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결과를 떠나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자신의 페이스를 찾을 수 있다면 패전투수가 되더라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랭코프의 기량에 대한 신뢰엔 흔들림이 없는 모습이다.
올스타 휴식기를 거친 뒤 후랭코프는 과연 지난해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김 감독과 두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