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의 얼굴엔 늘 미소가 따라다닌다.
추락한 성적과 보이지 않는 돌파구, 견디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그는 늘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부산사나이'지만, 흔한 호통조차 없이 스스로 전면에 서서 맨몸으로 모든 화살을 맞고 있다. 양 감독은 틈날 때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더그아웃에서 만나는 양 감독의 얼굴은 이런 말, 표정과는 정반대다. 점점 수척해지는 얼굴과 눈빛에 드리운 그늘은 짙어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 겨울 조용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FA 노경은과의 협상도 결렬됐다. 육성과 강화 외에 양 감독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았다. 이럼에도 양 감독은 우려 대신 긍정을 노래했다. 지난해까지 LG 트윈스 단장직을 맡았던 그는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스스로 제자들 사이로 뛰어드는 쪽을 택했다. 소통을 마다하지 않았고 사비를 털어 훈련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 선수들을 포상하기도 했다. 팀이 부진할 땐 호통 대신 무게를 빼고 소탈하게 선수단 앞에 나서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풀어놓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경직됐다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고 프로로서 능력을 펼쳐 보이길 바라는 기대가 있었다. 반대로 제자들이 그라운드 안에서 작은 불이익이라도 받는 모습을 보일 땐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가 앞장서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믿음과 열정은 부상-부진에 의한 마운드 운영-타선 균열로 깨졌다. 백업 뿐만 아니라 베테랑들의 부진-노쇠화가 겹치며 1~2군의 선순환 고리도 붕괴됐다. 한정된 자원 속에 퇴로 없이 달려가는 동안 타순 변화-선발진 개편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반전책이 될 것으로 보였던 트레이드 카드 역시 타 구단과의 셈법이 엇갈리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모든걸 툭 터놓고 밝힐 수도 없는 상황. 과정이 아닌 결과에 쏠리는 시선, 그에 따른 화살을 맞고 짐을 짊어지는 것 외엔 방도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속사정을 모른 채 도넘은 비난을 쏟아내는 일부의 목소리는 감독 이전에 사회인인 양 감독의 마음을 헤집어놓고 있다.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양 감독을 볼 때마다 안쓰럽다. 외부에 나서는 것도 부담스러울텐데 속마음과 달리 웃는 낯을 보면 얼마나 힘들지 싶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럼에도 양 감독의 눈은 여전히 팬들을 향하고 있다. 지난해 부임 때 밝혔던 "야구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는 각오를 갖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롯데를 사랑하는 팬들을 웃게 만들고 싶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엔 변함이 없다. 최근 4번 타자 이대호의 타순 조정 땐 "성적이 안 좋으면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구는 계속 이어진다. 이기는 야구를 보러 오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한 경기 한 경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롯데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양 감독은 자존심을 내던졌다. 오로지 롯데-부산만 바라보고 걸을 뿐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