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tvN '60일, 지정생존자'에서 박무진(지진희) 대통령 권한대행이 '좋은 사람'에서 '이기는 리더'로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15일 방송분에서 지=본의 아니게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왕관을 썼지만, 그저 맡은 바 임무를 다할 뿐 정치 세계를 외면해오다 왕관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지진희의 적극적인 행보가 그려졌다.
박무진은 생방송 인터뷰에서 환경부 장관 해임 사실을 인정했다. "국민 모두가 대행님의 자격을 의심하게 될 겁니다"라는 선임 행정관 차영진(손석구)의 예측대로 방송 이후 박무진의 해임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이튿날 거행된 영결식에서 박무진은 국민들의 야유를 들으며 분노와 불신만 확인했다.
추도사를 하러 나온 오영석(이준혁)은 예정된 추도사를 하지 않겠다며, "아직까지 테러원인을 규명하는데 안일한 나라, 사랑하는 이들의 희생을 되갚는 일엔 비겁한 정부, 자격 없는 자들이 권력을 차지한 불행한 국민들의 나라 대한민국이 부끄럽다"고 박무진과 정부의 무능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이 추도사로 오영석은 정치판을 뒤흔들 새로운 정치 스타로 급부상했고, 야당대표 윤찬경(배종옥)은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꿔보지 않을래요"라며 그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
오영석을 연기한 이준혁은 추도문을 읽기 위해 자리에 서있는 모습만으로도 카리스마를 느껴지게 함은 물론, 진중한 눈빛과 신뢰감 있는 목소리 그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이 담긴 애잔한 감성까지 담아내며 빌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오영석을 믿고 지지하고 싶은 인물로 만들었다. 이준혁이 완성한 '오영석 아우라'에 신뢰가 더해지고 분위기다.
영결식 후 합참의장 이관묵(최재성) 역시 박무진을 코너로 몰았다. "자격, 있다고 생각합니까, 국군통수권자로서?"라며 박무진의 승인 없이 캄보디아로 707 특임단을 파병해, 청와대에 테러를 자백하는 동영상을 보낸 전 북한 고위급 인사 명해준 생포 작전을 세운 것.
하지만 언론에 동영상이 유출되며 테러범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모든 이슈를 덮었고, 권한대행의 자격을 논하기에 앞서 지금은 국론을 하나로 모을 때라고 여론이 돌아섰다. 동영상을 유출한 사람은 다름 아닌 차영진이었다.
상의도 없이 일을 벌여 화가 난 박무진에게 그는 "대행님은 전쟁터에 나가서 자기 칼이 더럽혀질까봐 두려워서 맨손으로 싸우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고 계신 겁니다"라며 박무진이 정치라는 전쟁터에서 장수로서 이기기보다는 그저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저는 더 이상 그런 장수 밑에서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리더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일하는 스태프들과 건재한 나라를 바라는 국민들을 위해 힘을 갖고 이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박무진은 이관묵을 찾아가 "힘이 있다면 쓰는 겁니다. 주저함도, 망설임도 없이"라던 그의 조언을 그대로 돌려줬다. 그를 해임한 박무진은 차영진을 해임하는 대신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전 비서실장 한주승(허준호)을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던 박무진은 "나도 양진만(김갑수) 대통령을 임기 내내 힘들고 외롭게 만들었냐"고 물었고 한주승은 박무진이 해임됐던 이유가 정치라는 지옥의 링이 어울리지 않았던 그를 보호하고 싶었던 양진만의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한편 국정원 대테러 전담반 한나경(강한나)은 오영석을 의심했고 "오영석 의원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국회의사당 설계도면에서 119호를 찾아요"라는 전화에 궁금증을 키웠다.
강한나는 한나경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연기를 선보였다. 오영석을 의심하면서도 증명할 방법이 없어 혼란스러운 한나경의 심경을 말투와 표정으로 깔끔하게 그려냈다. 뿐만 아니라 웨딩 앨범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다가도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전화에 두려움과 긴장감에 휩싸이는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는 강한나의 연기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런가하면 TBN 소속 방송기자 우신영 역으로 분한 신인 오혜원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강상구(안내상)에게 기밀에 대한 제보를 받은 우신영은 이후 상구가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접근했음을 알아차렸다. 오혜원은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원망 어린 눈빛을 보여주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한편 이날 방송은 평균 4.3%(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유료가구 기준)으로 케이블-종편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2049 시청률은 평균 2.5%, 최고 3.6%로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