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의 전반 막판 스퍼트가 인상적이다.
부쩍 끈끈해진 모습으로 연일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경기를 펼쳐가고 있다. 삼성은 12일까지 4연승을 달렸다. 비록 13일 에이스 윌슨을 앞세운 LG 트윈스에 패하며 연승이 끊겼지만 이 경기 역시 쉽게 지지는 않았다.
1회부터 2점을 선취하며 윌슨을 압박했다. 비록 추가득점에 실패해 역전을 허용했지만 적지 않은 찬스를 만들었다.
윌슨이 내려간 직후인 8회초. 7회말에 2실점 해 2-5로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선두 러프가 두번째 투수 김대현으로부터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이학주가 평범한 플라이아웃으로 물러났지만, 이날 안타가 없던 김동엽이 우중간 안타로 13경기 연속 연속안타를 이어가며 1사 1,3루 찬스를 열었다.
큰 것 한방이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 김대현이 긴장했다. 노련한 강민호가 볼 2개를 고른 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패스트볼을 당겨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2점 차 추격. 후속타 불발로 역전에는 실패했지만 끈끈함이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희망을 되살리고 있는 원동력은 선수들의 희생과 단합이다. 각자 맡은 위치에서 나를 버리고 팀을 위해 마음을 모아가고 있다.
위기가 기회로 바뀌고 있다. 구자욱 김헌곤 이승현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탈은 중요한 시점에 터진 큰 악재였다. 자칫 추격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가 오히려 기존 선수와 대체 선수가 하나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선수들은 "포기할 수 없지 않느냐. 안될 것도 없다"며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코칭스태프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 그랬다. 코너 외야를 새로 맡은 김동엽과 박찬도 이성곤 등이 모두 기대 이상의 공-수 활약으로 공백을 최소화 하고 있다. 김동엽은 집중력 있는 넓은 수비 범위로 캐치 능력을 입증했다.
불펜도 우규민을 필두로 임현준 장필준 등 기존 베테랑 선수들의 책임투가 부쩍 강해졌다. 체력적으로 힘든 풀시즌임에도 최지광이 버텨주고 있고, 새로 합류한 젊은 피 김승현과 김윤수의 힘 보탬도 작지 않다.
시즌 초, 많은 주축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개인 목표가 희미해진 상황. 오히려 마음 편하게 팀을 위해서 뛸 수 있다. 이원석은 "자리를 자꾸 비우다보니 이제 개인 목표 같은 건 없다. 그저 팀에 미안할 뿐이다. 조금이라도 팀을 위해 보탬이 돼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흡사한 상황이다. 돌아온 김동엽 역시 "개인기록은 잊었다. 내 기록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오직 팀 승리를 위해서만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팀 스포츠이자 개인 기록의 경기인 야구. 개인을 버리는 순간 많은 게 보인다. 오직 이기려는 마음만 먹으면 많은 게 달라진다. 시야가 넓어진다. 나를 넘어 상대 선수들까지 보인다. 긴장한 상대 투수가 자꾸 애꿎은 공을 바꾸는 불안한 심리까지 읽을 수 있게 된다. 더 볼을 많이 던지게 해서 힘들게 해야 할 타이밍임을 느낄 수 있다. 흐름에 맞는 야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선수가 많은 팀 수록 강팀이 된다.
5위 NC다이노스와 5게임 차. 기을잔치를 위해서는 우선 2.5게임 차로 앞선 6위 KT위즈까지 넘어야 한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차이다.
부쩍 끈끈해진 라이온즈 선수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가고 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여름에 강한 전통은 자신감을 높이는 각성제다. 역전 5강을 향한 험난한 길, 두가지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는 나를 향한 믿음, 그리고 나를 버리고 팀을 향한 희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