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전반기 막바지 토종 4번 타자들이 흔들리고 있다. 몸값 대비 활약상이 언급될 정도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올해 연봉이 각각 25억원, 15억원, 7억3000만원이다. 올해 연봉 순위에서 이대호는 3년 연속 1위를 지켰고, 박병호는 공동 4위, 김재환은 19위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답게 연봉 순위에서는 '이름값'에 걸맞은 위치에 올라 있다.
하지만 활약상은 기대치를 밑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일 현재 세 선수의 타율은 모두 2할7푼~8푼대에 머물러 있다. 3할이 당연시되는 타자들이라 "올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돈다. 특히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중순 이후 셋은 약속이나 한 듯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이후 성적을 보면 이대호는 16경기에서 타율 2할7리(58타수 12안타)에 6타점, 김재환은 16경기에서 타율 1할7푼9리(56타수 10안타)에 4타점으로 장기 슬럼프가 의심될 정도다. 홈런을 날린 지 이대호는 21일, 김재환은 34일이나 됐다. 이 기간 득점권 타율은 이대호가 1할4푼3리, 김재환은 1할3푼3리로 클러치 능력도 완전히 잃었다. 그나마 박병호는 같은 기간 14경기에서 타율 2할2푼9리(48타수 11안타), 득점권 타율 2할8푼6리, 4홈런, 12타점을 때리며 체면을 지켰다. 하지만 박병호도 최근 3경기에서 삼진 7개를 당하는 등 10타수 1안타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을 바라보는 사령탑들의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당장 조치를 취한 건 롯데 양상문 감독이다. 지난 9일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이대호를 4번이 아닌 6번 타순에 기용했다. 간판 선수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타순에 손을 댄 건 선수단을 향한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양 감독은 당시 "이대호가 현재 방망이가 잘 안 맞는 부분도 고려했지만, 전체적인 선수단의 변화가 필요했다"고 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김재환의 부진이 안타깝다. 김 감독은 LG 트윈스와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10일 "아무래도 타선에서 정수빈과 김재환이 살아나야 한다"며 "4번 타자가 장타가 안 나오고 있으니까(아쉽다). 어제(9일) 안타 1개를 쳤지만 더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이미 장정석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한 차례 엔트리에서 빠진 바 있다. 지난달 6일 엔트리에서 제외된 박병호는 개인적인 정비 시간을 갖고 6월 22일 복귀했다. 그 사이 퓨처스리그 3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복귀 후 아직 타격감이 정상은 아니다. 간혹 홈런을 때리면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지만, 삼진은 60타석에서 18번을 당했다. 삼진율이 30.0%로 같은 기간 전체 삼진율 19.2%를 훨씬 웃돌았다.
이들이 올시즌, 특히 여름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두고 반발계수가 낮아진 공인구가 언급되기도 한다. 타율 못지 않게 홈런수도 지난해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팀 경기수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이대호는 21개에서 11개, 김재환은 29개에서 11개로 줄었다. 감소율이 각각 47.6%, 62.1%다. 전체 홈런 감소율 37.6%보다 훨씬 크다. 박병호의 경우에도 17홈런으로 지난해 19개에서 2개 밖에 안 줄었지만, 4~5월 종아리 부상으로 27일간 빠졌던 지난해보다 9경기를 더 뛴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감소폭은 그 이상이다.
시즌 초 공인구 반발계수 감소에 대해 현장에서는 "빗맞아도 넘어가는 건 확실히 줄겠지만, 그래도 넘어갈 공은 넘어간다"는 반응이었다. 홈런 타자들은 영향이 덜 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토종 거포들 사이에서 그 영향이 평균을 넘고 있는 것이다. 각 팀은 적어도 8월 말까지 무더위 속에서 50일 정도를 더 버텨야 한다. 이들이 어떤 회복 전략을 쓸 지 지켜볼 일이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