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올 시즌 홈런왕은 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집안싸움에서 주인공이 가려질 듯하다.
공동 1위에는 두 명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SK의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4)과 '토종거포' 최 정(32)이 20홈런을 기록 중이다. 이들을 바짝 뒤쫓는 그룹은 공교롭게도 키움 타자들이다. 박병호(33)가 17개로 3위를 달리고 있었고 9일 또 한 명의 키움 타자가 박병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32)가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3-1로 앞선 2회 2사 1루 상황에서 투런 아치를 그려냈다. 시즌 17호. 이날 샌즈는 상대 선발 배제성의 4구 121km짜리 커브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0m. 3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6일 만에 신고한 홈런이었다.
이번 시즌 반발계수가 조정된 공인구로 인해 타고투저 현상이 줄어들면서 이번 시즌 홈런왕도 40개 미만에서 결정될 것이란 예측이 높다. 4.4경기당 1개 꼴로 홈런을 때려낸 로맥과 최 정의 페이스대로라면 32.5개가 최대치다. 그러나 7월은 '거포 본능'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달이다. 최 정이 2016~2017년,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을 때에도 2016년 7월과 2017년 7월 각각 9개와 8개를 쏘아 올렸다. 로맥도 2017년 7월 11개, 2018년 7월 9개를 몰아쳤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했던 박병호 역시 2013년 7월 8개, 2015년 7월 10개를 기록한 바 있다.
역시 거포가 포진한 팀이 잘 나간다. SK와 키움은 이번 시즌 3분의 2 지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질주하고 있다. 키움은 2위도 넘보고 있다. 두산 베어스에 0.5게임차로 접근했다. 로맥과 최 정은 올 시즌 팀이 터뜨린 80개 홈런 중 절반을 둘이서 일궈냈다. 박병호와 샌즈 역시 팀 홈런(70개) 중 48.6%(34개)를 해결했다. 답답한 공격이 이어지거나 승부가 팽팽하게 이어질 때 홈런은 갈증과 짜릿함을 동시에 배달할 수 있는 '야구의 꽃'이다. 무엇보다 주자가 쌓였을 때 중심타선에서 한 방을 선물하면 그야말로 상대 투수들에겐 공포의 대상이 되고 만다.
SK가 2016년부터 꾸준하게 정규시즌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홈런 영향이 크다. SK는 2017년 팀 타율 꼴찌(0.271), 2018년 팀 타율 7위(0.281)에 그쳤지만 팀 홈런은 2017~2018년, 2년 연속 1위에 등극했다. 올 시즌도 SK 팀 타율은 7위(0.266)에 머물러 있지만 팀 홈런은 1위에 랭크돼 있다. 홈런과 시즌 성적의 직접적 연관성은 떨어지지만 홈런은 팀에 상승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요소다. 그런 타자들이 많은 SK와 키움은 행복하다. 수원=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