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KIA 터너와 삼성 맥과이어. 공통점이 있다.
양팀이 1번 외국인으로 뽑은 기대주. 하지만 뚜껑을 열자 실망스러웠다. 두 선수 모두 강력한 구위를 갖췄지만 멘탈이 문제였다. 멀쩡하게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며 무너지는 패턴으로 벤치의 애를 태웠다. 그렇게 시즌의 절반이 흘렀다.
버리자니 구위가 아깝고, 쓰자니 불안한 두 선수. 올시즌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KIA와의 시즌 10차전. 이날 닮은꼴 두 외국인 투수는 약속이나 한듯 6이닝 무실점 호투를 나란히 펼쳤다. 두 선수 모두 KBO 데뷔 후 두번째 무실점 경기였다. 그 뒤에는 두 안방마님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다.
터너는 다혈질이다. 마운드 위에서 흥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완벽주의적 성격도 한몫 한다. 멀쩡하게 잘 던지다가도 갑자기 흔들렸던 이유 중 하나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도 이런 터너의 약점을 잘 안다.
이날도 결정적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포수 한승택이 3회 선발 터너의 붕괴를 온 몸으로 막았다. 0-0으로 팽팽하던 3회말 2사 3루. 터너는 이원석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회심의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4구를 허용하고 말았다. 다음타자는 삼성의 주포 다린 러프. 터너는 이 볼 판정에 제스처를 취하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승택이 즉각 마운드를 향했다. 덕아웃에서 통역도 불러 터너를 진정시켰다.
러프에게 초구 역투가 들어갔지만 다행히 파울볼. 2구째는 바깥쪽 꽉 차는 스트라이크가 됐다. 유인구로 던진 바깥쪽 슬라이더가 원바운드가 되며 크게 튀었다. 한승택이 온 몸을 던져 블로킹 해냈다. 막아내기 힘들었던 공. 만약 뒤로 빠졌다면 간신히 흥분을 가라앉혔던 마운드 위 터너기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한승택 덕분에 안정을 찾은 터너는 러프를 플라이 처리하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맥과이어의 호투 역시 포수 백전노장 강민호가 이끌었다. 맥과이어는 성격이 급하다. 잘 던지다가도 스스로 급해져 볼넷을 내준 뒤 집중타를 맞고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맥과이어의 공은 이날 힘이 있었지만 고질인 '갑작스런 볼넷'은 여전했다. '볼넷 직후 패스트볼'이란 예측 가능한 뻔한 승부로는 KIA타선의 예봉을 피해갈 수 없었다. 맥과이어는 3회 볼넷 3개를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홈 플레이트에는 노련한 포수 강민호가 앉아 있었다. 4월21일 대전 한화전 역사적 노히트노런을 함께 달성한 콤비.
볼넷이 나올 때마다 강민호는 후속타자 초구에 변화구를 요구하며 KIA 노림수를 피해갔다. 맥과이어의 볼넷병은 0-0이던 5회초 또 한번 도졌다. 선두 김선빈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창진에게도 볼3개를 잇달아 던졌다.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이후 슬라이더가 들어오는 타이밍에 맞춰 1루주자 김선빈이 스타트를 끊었다. 강민호는 정확한 송구로 자연태그를 이끌어내며 2루에서 김선빈을 잡아냈다. 무너질 뻔한 맥과이어를 살려준 빨랫줄 송구. 힘을 얻은 맥과이어는 후속 타자들을 범타 처리하고 5회를 무실점으로 마칠 수 있었다. 맥과이어는 6회에도 1사 이후 볼넷과 안타로 위기를 초래했지만 강민호의 노련한 리드 속에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