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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남준재 카드마저 실패한다면 강등권 탈출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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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야심차게 준비한 남준재 카드, 과연 영양가가 있을까.

올시즌 제주 유나이티드는 총체적 난국이다. 19경기를 치른 가운데 승점 11점으로 11위.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와 승점이 같다. 득점에서 겨우 앞서 꼴찌를 면하고 있다.

순위 뿐 아니라 경기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동네북'처럼 여기저기 치이고 다닌다. 제주는 시즌 도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팀 수장을 조성환 감독에서 최윤겸 감독으로 교체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최 감독 부임 후 5월25일 열렸던 강원FC전 승리 후 6경기 1무5패로 아까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제주는 어려운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주축 선수인 김호남을 인천에 내주고, 인천의 주장이었던 공격수 남준재를 영입했다. 그라운드를 떠났던 조용형을 플레잉코치로 다시 복귀시키고, 전북 현대에서 공격수 이근호를 임대 영입하는 등 애를 썼지만 변화가 없자 강력한 한방을 준비한 것이다. 시즌 도중 양팀의 핵심 선수가 트레이드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제주쪽에서 먼저 관심을 가진 트레이드였다. 제주의 선택 배경은 확고하다. 감독의 전술, 준비 등도 문제지만 제주의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의 정신력이다. 이미 패배 의식이 팀을 지배하고 있다. 이 분위기를 바꾸려면 트레이드만큼 좋은 게 없다. 또, 남준재를 데려올 수 있다면 제주도 환영이었다. 남준재는 악바리같이 뛰고,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의 선수다. 여기에 주장 역할도 잘 해내는 등 리더십도 좋다. 마땅한 리더 없이, 무기력증에 빠진 제주 선수단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최적의 카드다.

하지만 그 남준재가 시작도 전부터 의욕을 잃었다. 이번 트레이드는 두 선수가 트레이드 전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이적 사실을 들어야했다. 물론, 프로 세계에서 모든 선수는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 있고 구단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존재다. 구단도 트레이드를 진행하다 틀어지면 선수가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진행 후 결정 사실을 선수에게 알렸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육지와 섬을 오가게 된 선수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동료들과 인사를 할 시간도, 새 집을 알아볼 시간도 없었다. 특히, 자신들이 각 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던 선수라고 자부하면 상처는 더욱 커진다. 인천으로 가야하는 김호남이 먼저 언론을 통해 서운함을 표출했고, 남준재도 9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를 통해 인천 구단이 자신에게 의사를 묻거나 면담을 하는 과정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남준재는 "모든 열정을 쏟았지만, 인천에게 있어 남준재는 별 거 아닌 존재였다는 생각에 속상하고 허탈했다"고 밝혔다.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구단은 야심차게 트레이드를 진행했는데 이적 후 경기에 출전도 하기 전에 선수가 직접적으로 사기 저하를 표출하니 너도 나도 답답한 상황이다. 일단 제주 최윤겸 감독은 10일 홈에서 열리는 FC서울전에 남준재를 투입시킬 계획이다. 7일 열린 수원 삼성전에는 심란한 그에게 시간을 줬지만, 최 감독도 더 이상 남준재 투입을 포기할 수 없다.

남준재가 서울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제주의 팀 분위기는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 그가 좋은 활약을 해주며 팀이 오랜만에 승리를 거두면 큰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고, 그의 가세에도 달라지는 모습이 없다면 제주는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만약, 후자의 시나리오가 발생한다면 제주는 올시즌 후 강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