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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IOC위원 선출 뒷얘기 "대통령님이 직접…"[진심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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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지난해 8월, 대통령께서 내 이름을 말씀하셨다. 처음으로 IOC위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출 소식은 2019년 여름 대한민국 체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뉴스 중 하나다. 이 회장은 지난달 2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34차 IOC총회에서 신임 IOC위원으로 선출됐다. 많은 이들이 '설마' 했지만, 이 회장 스스로는 10개월 전 조심스럽게 예감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역대 11번째 한국인 IOC위원이다. 이로써 한국은 유승민 IOC위원과 함께 2명의 선수위원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 유치, 내년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위해 스포츠 외교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대한체육회 회장 집무실에서 만난 이기흥 신임 IOC위원이 IOC위원이 되기까지의 비화와 체육계 현안에 대한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IOC 위원 선출 뒷얘기 "대통령님이 직접…"

-또 한명의 IOC 위원이 탄생해 한국 스포츠 외교에 큰 힘이 생겼다. 당선되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셀프추천은 아니다. 나는 다른 분들을 추천했다. 전임 회장님들이 NOC쿼터는 회장이 신청해야 힘이 실린다고 했다. 특히 고 김운용 회장님께서 "떨어지더라도 한국에 IOC위원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계속 요청해야 한다. 아무 소리 안하면 아무도 신경 안쓴다"고 독려하셨다. 2017년 6월19일 서류를 낸 지 만 2년만에 선출됐다. 1단계 서류 제출, 2단계 윤리위원회 자격검증, 3단계 후보추천, 4단계 집행위원회, 5단계 총회 투표의 절차를 거쳤다. 단계별로 1년씩 걸릴 수 있는데 굉장히 빨리 된 편이다. 이건희 회장님도 4년 7개월 걸렸다. 보통은 4~5년 걸린다고 한다.

-귀국하자마자 대통령님께 감사인사를 전하셨다. IOC위원 선출에 있어 가장 큰 힘은?

▶2018년 초에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청와대를 방문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님이 '한국인 IOC위원이 필요하다'면서 나를 가리키셨다. 작년 8월, 바흐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평창올림픽 성공개최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올림픽 훈장을 서품하셨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님이 내 이름을 직접 거명하셨다. '우리 이기흥 회장, IOC위원 되도록 도와달라'고 추천하셨다. 바흐 위원장은 문서화를 요청했고, 사흘만에 문서로 된 추천서가 IOC에 들어갔다. 바흐 위원장과 국회에 갔을 때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이 회장, IOC위원 시켜달라'고 부탁하셨다. 아테네 성화 채화식에선 이낙연 국무총리가 또 한번 '이 회장 IOC위원 시켜달라' 하셨다. 올림픽 후 바흐 위원장이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받는 자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또 추천하셨다. 지난해 12월 문희상 국회의장이 마련한 바흐 위원장 국회 사랑재 초청조찬에서도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당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나를 추천했다. IOC윤리위원장인 반기문 총장님, 김종훈 체육회 명예대사, 김숙 전 UN대사 등도 이야기를 전했다. 최고의 팀이 추천하고 지지해주신 덕분이다.

-언제쯤 IOC위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8월 힌트를 받았다. 대통령 훈장 서품 후 바흐 위원장과 같은 비행기로 자카르타로 돌아가는 길에 불쑥 "영어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더라. 이후에도 만날 때마다 "영어공부 하고 있나" 확인했다. '매일 새벽마다 2시간씩 하고 있다. 아주 죽겠다' 했더니 바흐 위원장이 웃더라. 바흐 위원장이 마음을 굳힌 것은 2월경인 것같다. 올해 초 빙상계 성폭력 의혹 사건 후 일부에선 IOC에 편지도 쓰고, 시끄러웠다. 2월에 스위스 로잔에서 IOC와 남북 체육장관 회담이 열렸다.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 유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끝나고 바흐 위원장이 나만 따로 불렀다. 20분 정도를 따로 빼놨더라. 40분 넘게 직접 상황을 설명했다. 바흐 위원장이 "알았다. 당신 말을 믿겠다"고 했다.

-국내에 IOC위원의 꿈을 꾸는 정재계 인사들이 많았다. 많은 후보들 가운데 IOC가 이 회장을 택한 이유는?

▶첫째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이 가장 큰 이유다. 우리 국민들을 위해 IOC가 준 선물이다. 둘째 앞서 말한 것처럼 대통령님을 비롯 나라를 대표하는 많은 분들이 나를 말씀해주셨다. 셋째 지속적인 국내외 스포츠 활동 이다. 근대5종 부회장 때 사마란치 주니어가 세계연맹 부위원장이었다. 카누연맹, 수영연맹 회장을 했다. 세계수영연맹에 IOC위원이 무려 6명이다. 각 국제연맹 리더들이 나에 대해 '화끈하고 스마트하다. 괜찮다'는 평가를 했다. IOC도 처음엔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 미디어를 보면 '도깨비'같은 사람으로 나오는데 현장에서는 다들 좋은 사람이라고 하니 헷갈렸을 것이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유승민 IOC위원, 낸시 박 IOC 아시아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에게도 물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직접 검증했다. '왜 언론 대응을 안하냐'고 묻더라. 나는 '사람들마다 시각도 생각도 다르다. 나는 나의 길을 갈 뿐'이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팩트에 대해선 정리해야 한다고 하더라. 나는 '굳이 시끄럽게 시비를 가리고 싶지 않다. 내 삶은 내가 가장 잘 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고, 다 사필귀정이다. 만물은 회귀력이 있어서 바른 자리로 돌아온다'고 했다.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 함께 섰다. IOC 총회에서 개최지 7년 전 결정 규정도 풀렸다. 현 시점에서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 유치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분위기 여건이 좋아졌다. 중요한 시점에 유승민 위원과 함께 IOC위원도 2명이 됐다. 호주, 중국, 이집트, 인도 등 유치희망국이 많지만 평화의 측면에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내년 11월21일 206개국 1500명의 NOC회장이 참가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 총회(ANOC) 유치한다. 남북이 도쿄올림픽에서 단일팀을 잘 운영한 후 남북 지도자, 바흐 위원장, 전세계 스포츠 리더들이 38선에서 스포츠를 통한 평화를 선언한다면 전세계의 이목이 모일 것이다. 그 직후인 2021년 총회에서 남북 공동 유치를 성공시켜보자는 계획이다. 2032년 올림픽이 유치되면 남북 교류는 절로 이뤄진다. 10년 동안 올림픽 준비를 위해 길을 닦고, 철도를 만들고, 왔다갔다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남북 평화, 통일로 가는 초석을 다질 수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