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FA컵 우승의 향방, 많은 팀들을 울고 웃게 한다?
축구 FA컵 8강전이 2, 3일 양일간 열렸다. 4강에 진출하게 된 네 팀이 최종적으로 결정됐다. K리그 프로팀들의 참패가 눈에 띈다. 강원FC는 대전 코레일에 발목을 잡혔고, 경남FC는 화성FC에 패했다. 내셔널리그, K3 팀들의 반란에 K리그1 팀들이 자존심을 구겼다.
전통의 명가 수원 삼성도 죽다 살아났다. 수원 역시 내셔널리그 경주한수원에 패배 직전까지 몰렸으나, 연장전 극적인 동점골에 승부차기에서 이겨 겨우 4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프로팀으로서 처절하게 거둔 승리가 부끄러웠지만, 어찌됐든 진 팀들과 비교하면 두 발 뻣고 잘 수 있는 상황이 됐다.
K리그1의 수원과 상주 상무, 그리고 코레일과 화성이 대진 추첨을 통해 홈 앤드 어웨이 4강전을 치른다. 그런데 이러한 팀 구성 때문에 K리그1 팀들의 관계가 복잡, 미묘해졌다.
FA컵은 우승 자체의 가치도 있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직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대구FC가 지난해 FA컵 우승으로 올해 ACL에 참가해 구단 가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번 FA컵에서는 수원을 제외한 세 팀이 우승을 해도 ACL에 나서지 못한다. ACL은 아시아축구연맹이 요구하는 클럽 라이센스를 갖춰야 출전 가능하다. 한국은 K리그 1, 2팀들이 자격을 충족하고 있다. 그 중 군 팀이 상주와 아산 무궁화는 예외. 따라서 상무는 우승을 해도 ACL에 못나간다. 내셔널리그, 아마추어 팀인 코레일, 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수원 이외의 팀 중 우승팀이 나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ACL 직행 티켓은 K리그1 1, 2위 팀과 FA컵 우승팀에게 돌아가는 3장이 확보돼있다. 그리고 리그 3위팀은 ACL 진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얻는다. 그런데 FA컵에서 ACL에 못나가는 팀이 우승하면 직행 티켓은 리그 1, 2, 3위에게 돌아간다. 그리고 4위팀이 ACL 플레이오프 진출전에 나가는 행운을 얻는다.
수원에게는 좋은 기회다. 프로팀들이 무너지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FA컵이지만, 객관적인 전력은 분명 프로팀이 앞선다. K리그 상위권 팀들이 모두 탈락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FA컵 우승 기회를 맞이했다. 수원은 K리그1 잔류로 만족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현재 리그 9위로 상위권 진출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수원이 노릴 수 있는 건 오직 FA컵 우승이다. ACL에 나가야 체면을 세울 수 있다. 수원 입장에서는 리그 경기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FA컵에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반대로 다른 K리그1 중상위권 팀들은 수원의 탈락을 바랄 수밖에 없다. 그래야 자신들의 ACL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전북 현대-울산 현대-FC 서울의 3강 싸움이 치열한데, 이 팀들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만약 세 팀이 마지막까지 3강을 형성한다면 두 팀만 직행이고 한 팀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플레이오프, 부담스럽다. 하지만 수원이 우승을 못하면 세 팀이 직행하게 되니 마음이 편해진다.
또, 플레이오프라도 나가고 싶은 중상위권 팀들 역시 4위까지 기회가 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현재 상주가 6위인데, 만약 시즌 종료 시점 상주가 4위를 차지한다면 어부지리로 리그 5위 팀이 ACL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대구가 4위, 강원이 5위를 달리고 있지만 중위권 경쟁이 워낙 치열해 누가 앞으로 치고나갈 수 있을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