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U-20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 황태현, 오세훈, 김현우, 최준, 이광연이 월드컵 비하인드를 대방출했다.
3일 밤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U-20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황태현, 오세훈, 김현우, 최준, 이광연 선수가 출연하는 'I LOVE U-20'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날 이광연은 U-20 월드컵 후 K리그 데뷔전을 치른 근황을 전했다. 이광연은 지난달 23일 소속팀 강원 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MC들은 "첫 경기인데 골을 많이 먹더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러자 이광연은 "경기 이후 댓글에 '빛이라고 하지 마라'라고 하더라"며 "나도 데뷔전인데 왜 이럴까 하면서 눈물 글썽할 뻔했는데 후반전부터 팀이 만회했다. 그래서 '아, 나는 될 놈이구나'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남아공 전에서 대한민국 첫 골의 주인공이 된 김현우는 당시 기분을 묻자 "머릿속에 딱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내가 영웅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그러나 이내 "경기 날 폭우가 쏟아져서 미끄러지듯 했는데 그때 비가 안 왔으면 안 들어갔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광연은 경기 전 골대에 치르는 특별한 의식을 공개했다. 그는 "경기 전 골대를 잡고 '오늘도 잘 부탁한다. 막아달라'고 이야기한다"며 "근데 우크라이나 경기 때 전반전 때는 기도 했는데 후반전 때는 기도를 못 했다. 휘슬을 빨리 불러서 뛰어가느라 못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세훈은 아르헨티나전에서 첫 골을 기록한 후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첫 골이 들어가는 순간 아무것도 안 보였다. 소리도 안 들렸다. 몇 초 지나고 강인이한테 달려가니까 그때서야 소리가 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이를 들은 다른 선수들은 MSG 제스처를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오세훈은 "당시 어시스트해 준 이강인이 생색을 냈다"며 "용돈과 맛있는 거 사달라고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최준은 오세훈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자신이 어시스트를 해줬지만, 오세훈이 골을 넣은 후 자신은 무시한 채 이강인한테만 뛰어갔다는 것. 최준은 "보통 손짓도 해주고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자기 혼자 심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세훈은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고 해명했다.
선수들은 이날 자신들의 경기 영상을 자주 챙겨 본다고 말했다. 오세훈은 아르헨티나전과 일본전에서 자신이 골 넣는 장면을 무려 100번이 넘게 돌려봤다고. 이광연도 "자기 전에 내 영상을 다 찾아본다. 나에 대해 어떻게 얘기했는지 모든 방송사를 다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태현은 잘했던 경기보다는 못 했던 경기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르투갈 첫 실점 때 파울로라도 실점 막을 수 있었는데 경기 초반이라 정신도 없고 생각이 많아서 못 끊은 게 계속 생각이 나서 돌려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를 들은 김현우는 "다른 사람들은 피곤하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오세훈은 두 번의 승부차기 기회를 얻었을 당시에 대해 "처음에 못 넣은 줄 알고 아쉬워하고 졌지만 잘 싸웠다고 생각했다. 근데 두 번째 기회가 왔을 때 이건 기회다. 이거 넣으면 영웅이겠다 싶었다"며 "운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광연이를 믿었다. 광연이가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이광연은 "그때 세훈이가 자신 없어 보이길래 골키퍼는 어차피 양쪽으로 뛸 수밖에 없으니까 가운데로 세게 차라고 했다. 경기 이후 인터뷰 때 그 얘기를 말했더니 세훈이가 다음날 '내가 한 거로 해야지 그걸 왜 말하냐'고 하더라"고 폭로했다. 이에 오세훈은 "그 영향도 있었다. 그렇지만 난 원래 가운데로 차려고 했다"고 반박했고, 이광연은 "세훈이가 골 넣고 나한테 엄지를 치켜세우는데 왜 했겠냐"고 맞서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황태현은 이광연이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실축한 선수를 안으며 웃는 모습에 미쳤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긴장하고 그래야 하는데 미친 사람처럼 웃더라. 만약 못 막았으면 많이 욕먹었을 거 같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 이광연은 유니폼을 입에 문 세리머니에 대해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에서도 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마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들은 최준은 "과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자기가 빛이 나는 걸 아니까 나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깨 좀 올라갔다 싶었다"며 현실 친구다운 모습을 보였다.
최준은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었을 당시를 회상하며 "그날따라 공이 선명하게 보이고 컨디션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골의 주인공은 자신이었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이강인을 향했던 점에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경기 끝나고 영상을 봤는데 나보다 강인이가 더 많이 나왔다. 계속 봤는데 강인이가 나와서 그만 봤다"고 고백했다.
김현우는 결승전 당시 옐로카드를 주는 주심에게 애교를 부려 화제가 됐던 것에 대해 "예뻐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그 프리킥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나한테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라며 "경기 초반이었고 카드 받게 되면 수비수로서 부담이었다. 그래서 한 번 봐달라고 했던 거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황태현은 "난 김현우가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카드를 받아도 추후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 심판이 한 번 정도는 봐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태현은 결승전 당시 세 번째 실점 후 주저앉은 선수들을 챙기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모습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MC들은 당시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물었고, 황태현은 "나도 그렇고 밖에서 계속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자. 지금까지 충분히 잘했다고 해주셔서 나도 지금까지 잘해왔던 게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며 듬직한 주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또 이광연은 결승전에서 진 후 이강인의 위로 때문에 눈물을 멈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 후 코치진의 고생했다는 말에 울컥 차올랐다. 이제 마지막이구나 싶어서 많이 울었는데 강인이가 '은메달 딴 것도 잘 한 거다. 시상식 올라갈 때만큼은 웃으며 올라가자'라고 해서 눈물이 멈췄던 거 같다"고 밝혔다.
이날 이광연은 결승전 패인 중 하나를 체리 주스로 꼽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심리인지 모르겠는데 체리 주스가 근육 회복과 숙면에 도움이 됐다. 경기마다 챙겨 마셨는데 결승 이틀 전에 원액을 구하지 못해서 다른 거 마셨는데 효과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좋은 팀워크의 일등 공신으로 정정용 감독을 꼽으며 "식사 시간에 휴대전화 사용하는 것 대신에 선수들끼리 이야기 나누며 소통했다. 훈련 이외에는 다들 방에 있으니까 이야기할 시간이 없는데 식사 시간 만큼은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이것 때문에 더 단단해진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앞서 이강인이 엄원상과 전세진 빼고는 모두 비정상이라서 누나에게 소개시켜주지 않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내심 서운함을 드러냈다. 특히 김현우는 "기대를 했다. 그래도 난 반듯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고, 황태현은 "나도 바로 물어봤더니 난 세 번째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상이는 조용하고 바른 친구다. 세진이는 잘생겨서 뽑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세훈은 "굉장히 재미가 없다"고 깨알 공격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현우는 여동생이 있다면 누굴 소개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오세훈만 아니면 다 된다. 내가 폭로할 게 많은데 그러면 은퇴식을 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이날 황태현은 준우승 포상금 일부를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미디어에서는 2천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 선수들과 상의를 해서 일부 기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금시초문인 표정을 지어 폭소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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