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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직언직설]학생야구 도핑충격, 각계각층 약물에 더욱 단호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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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적발된 유소년 야구교실 불법 스테로이드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선수로 뛰었던 내야수 출신 이모씨(35). 그는 서울 잠실에서 야구교실을 운영하면서 학생 선수들에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주사, 판매하다 적발돼 구속됐다. 어린 선수들을 철저히 속이며 사익을 추구했다. 죄질이 극히 나쁘다. 7명의 학생선수 중 2명에게서 양성반응이 나왔고, 5명은 조사중이다. 앞길이 창창한 어린 선수들의 미래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아마야구를 총괄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 뿐만 아니라 각계 각층은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의 발전은 약물의 더 큰 반칙과 손쉬운 접근을 가능케 했다.

우리 사회는 약물에 더욱 단호해져야 한다. 교육강화는 기본이고 징계 수위도 더 높여야 한다. 한번의 시도에도 치명적인 제재를 가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모씨의 악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사건 발표에 따르면 이씨는 어린 선수들에게 몸에 좋고 경기력을 높일 수 있다며 속인채 금지약물을 직접 투여했다. 약물을 팔아 1년간 1억6000만원의 거액을 챙겼다. 경기력 향상이 아닌 돈벌이가 목적이었던 셈이다. 약물을 투여한 학생들의 인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도핑은 철저한 불관용 원칙이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안타까운 희생자도 나올수 밖에 없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이번 사건 대응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야구교실은 사설이다. 제도권 학교체육이 아니어서 제재나 지도 사각에 놓여있다. 야구협회 관계자는 "현재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연간 1회)하고 있다.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 협회 주관대회는 도핑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와 KADA(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사실상 일임한 상태다. 이번 경우처럼 지도자가 나쁜 의도를 가지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미봉책만 내놓는 수준이다. 프로야구와 아마야구는 지난해말 '한국야구미래협의회'를 발족시켰다. 미래협에선 학교폭력-불법도박-승부조작 뿐만 아니라 금지약물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 처벌 강화와 교육 강화라는 투트랙 전략은 이번 건처럼 실효성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좀더 폭넓고 강도높은 제재가 동반돼야 한다. 최근 아마야구와 프로야구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가 향후 교차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논의가 시작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고도 프로에 무사히 지명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건이 변화 매개체가 됐다. 앞으로는 아마야구에서 징계를 받으면 프로 진출 길이 험난해지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소년 선수들은 프로야구의 미래자산이다. KBO는 드래프트 참가자들에 대한 금지약물 도핑검사도 고려하고 있지만 전수조사는 사실상 현실적으로 힘들다. 현재로선 선수들을 대상으로한 직접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신들의 몸에 불법 약물이나 주사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아니오'라고 외칠 수 있는 기본지식은 필수적으로 전달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징계 강화가 요구된다. 부지불식간에 약물에 노출되는 특별한 상황은 KADA의 청문회나 소명절차 등을 통해 일정부분 구제받을 수 있다. 약물에 손을 대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는 학습효과는 꼭 필요하다. 약물전력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최고 선수로 대우받고, 수상도 하는 뒤틀린 현실이 안일한 인식을 부채질하고 있다.

야구계 뿐만 아니라 신인왕-MVP-골든글러브 등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취재기자-PD-해설위원 등 미디어 관계자들의 내부 자성도 필요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