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단순히 웃기기만 한 코미디 영화가 아니에요. 웃음은 물론, 절절한 사랑 이야기부터 삶의 애환까지 담아낸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죠."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준호)이 조선 최고의 남자 기생이 되어 벌이는 신박한 코미디 영화 '기방도령'(남대중 감독, 브레인샤워·제이와이피픽쳐스 제작). 극중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 해원 역의 정소민이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스물', '아빠와 딸' 등 영화와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빅맨', '디데이', '아버지가 이상해', '이번 생은 처음이라',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등 드라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배우 정소민. 그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 '기방도령'으로 단아한 분위기로 로맨스 라인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영화 '스물' 이후 4년 만에 재회한 이준호와 케미를 보여주며 조선판 첫사랑의 이미지를 화사하게 그려냈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해원은 조선시대 만연해 있는 남녀차별을 부당한 것으로 여기는 깨어있는 양반 규수. 허색이 첫눈에 반했을 만큼 꽃처럼 화사한 자태를 지는 그는 남녀의 구분을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허색에게 조금씩 마음을 빼앗긴다.이날 정소민은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아무리 재미있고 좋은 영화도 기대치를 따라가기 힘들더라. 그래서 최대한 기대를 안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도 제가 찍은 부분 말고는 기방 쪽 이야기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부터 기대감이 생기더라. 사실 원래 기대가 큰 영화는 기대한 것에 비해 실망하기 마련인데, 우리 영화는 너무 재미있더라"며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관람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코믹한 부분을 준호 씨와 귀화 선배가 너무 잘 살려주신 것 같더라. 정말 정신없이 웃으면서 봤다. 그리고 서사가 코미디적인 것이 쌓여가다가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뀌는 것도 잘 섞이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가장 재미있던 장면을 최귀화의 누드 뒷태 등장신을 꼽았다. "촬영장도 너무 재미있었다고 들었고 시나리오 보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영화로 보니까 더욱 웃기더라"며 웃었다. 이어 본인의 분량 중에는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냐는 질문에 "내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더군다나 시사 자리에서 울면 주책 같을 것 같아서 눈을 꾹꾹 참았다"며 "그런데 마지막에 해원이 오빠에게 홍시를 받는 장면에서 눈물이 터져서 멈출 수가 없더라"고 답했다.
정소민은 극중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코미디적인 요소가 적은 해원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며 "대본을 봤을 때 너무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많아서 내가 어떻게 중심을 잡고 가야 영화에 폐가 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이어 그는 "예지원 선배님 보면서 굉장히 놀랐던 게, 선배님 캐릭터도 전면으로 코믹을 내세우는 캐릭터가 아니다. 오히려 허색과 육갑 사이에서 단단히 중심을 잡는 진지한 캐릭터인데, 그 중간 중간에 재미있는 말을 하거나 반전의 이미지가 나올 때 코믹 시너지가 크게 나오더라. 그 포인트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자기의 몫을 잃지 않고 해나가다 상황적으로 코믹적으로 웃겨야 할 때 녹아드는 게 가장 멋있는 것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 겨울 사극 촬영으로 인해 추위로 고생했다는 정소민은 "겨울 한파에 촬영을 시작했다. 가장 추웠던 날이 첫 촬영이었다. 너무 손이 시려 워서 무릎사이에 손을 끼고 있다가 손을 빼니까 손에 김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겨울에 사극촬영은 정말 상상초월이라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만만의 준비를 하려고 했다. 여자 한복은 치마가 펑퍼짐하니까 난생 처음 패딩 바지를 구입해서 안에 입었다. 그리고 그 안에도 발열 레깅스를 세 겹을 입고 수면 양말을 세 개까지 신었다. 그러다보니까 상하의 온도차가 너무 심히더라. 상의에는 아무것도 입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호씨가 너무 부러웠다. 준호씨는 펑퍼짐한 도포를 입으니까 위에도 가디건을 껴입더라. 아래위로 무장하는 준호씨를 보면서 정말 부러웠다"고 웃음을 자아냈다.영화 '스물'에 이어 '기방도령'으로 이준호와 연기호흡을 맞추게 된 정소민. 그는 "'스물' 단톡방이 아직도 있고 아직도 안부를 묻는다. '스물' 찍을 때는 준호씨가 유독 저와 함께 하는 신이 없었다. 우빈씨와 하늘씨랑은 붙는 신이 많았는데 준호씨와 단독으로 붙는 신은 아예 없었다. 그렇지만 워낙 동갑이라 다같이 친하게 지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준호씨가 '기방도령'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든든했다. 워낙 배울 점도 많고 열심히 하는 친구라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많이 준비해오더라. 그리고 친구다 보니까 아이디어 공유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일단 준호씨는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온다. 다 트라이를 해보고 감독님이 고를 수 있게끔 준비를 한다. 준비해온 아이디어들이 하나같이 다 좋다. 제가 볼 때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을 했다"며 "그리고 항상 대본을 보고 있다. 평소에도 시간만 나면 대본을 보고 연구하고 그런다.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가면서 대본 연구하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이날 정소민은 극중 해원과 자신과의 공통점에 대해 묻자 "제가 장녀인데, 장녀로서 가진 이상한 책임감 같은 게 있다. 내가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라며 "해원은 장녀는 아니지만 오빠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어서 내가 가족을 위해 뭔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저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제가 정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꿈꾸고 새로운 사고를 하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제가 신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정소민은 '기방도령'이라는 작품에 대해 "예고편에서는 코믹한 부분 위주로 나온 것 같다. 코믹함뿐만 아니라 절절한 사랑 이야기와 휴머니즘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항상 덧붙여서 설명하는데 예고편만 보면 느끼지 못할 것 같다. 굉장한 다양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저 웃다가만 나오는 영화는 오래 남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건 약간 공허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저희 영화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라고 강조하는 게, 초 중반까지는 웃음 포인트가 많으면서도 삶의 애환도 들어있고 절절한 사랑이야기도 들어있다. 그게 어떻게 보면 저희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방도령'은 '위대한 소원'(2016)을 연출한 남대중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이준호,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공명 등이 출연한다. 오는 6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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