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기나긴 페넌트레이스. 피할 수 없는 것이 부상 공백이다.
빠진 선수의 텅 빈 자리. 코칭스태프는 어쩔 수 없이 백업선수를 세운다.
여기서 희비가 엇갈린다. 주전 부상으로 출전한 선수가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공백을 잘 메우면 벤치는 두배로 고맙다. 잘 되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LG는 현재 내야 양 코너 주인이 빠져있다. 조셉이 허리, 김민성이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해 있다. 이 공백을 고참 김용의(34)와 신예 구본혁(22)이 메우고 있다. 타격보다는 우선 내야 수비안정에 방점이 찍힌 선택.
하지만 2일 잠실 한화전은 백업 두 선수가 수비 뿐 아니라 타격에서도 결정적인 활약으로 팀과 에이스 윌슨에 승리를 안긴 날이었다.
1-2로 뒤진 4회말. LG의 빅이닝이 시작됐다. 선두 김현수가 안타와 폭투 때 2루를 밟은 뒤 채은성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동점을 만들었다. 오지환의 안타가 이어지며 1사 1,3루. 김용의는 한화 선발 서폴드의 변화구를 가볍게 밀어 좌익선상에 떨어뜨렸다. 3-2 역전을 만드는 결승 적시 2루타. 이어진 1사 2,3루에서 구본혁은 결정적인 2타점 적시 2루타로 5-2를 만들며 승기를 가져왔다. 이천웅의 적시타, 상대 폭투로 2점을 더 보탠 LG가 승리를 예감하는 순간이었다.
최근 잘 맞히는 타구가 야수정면으로 향하며 살짝 스트레스를 받았던 구본혁은 경기 후 "제가 사실 찬스 때 잘 못 치는데 그 타석에서는 생각을 바꿔 멀리 보내자는 생각보다 공을 맞히자는 생각으로 친게 좋은 결과가 됐다"며 밝게 웃었다.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결정적인 활약을 한 두 선수. 예쁘지 않을 수가 없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4회 빅이닝에서 김용의의 결승타와 구본혁의 추가타점을 만든 2루타가 결정적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본업인 수비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김용의는 결정적 호수비로 초반 상대로 넘어갈 뻔한 흐름을 차단했다. 1-1로 팽팽하던 3회초. 한화 선두 타자 유장혁이 실책으로 출루했다. 좌타자 정은원이 LG 선발 윌슨의 초구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1루수가 견제를 위해 1루 쪽에 붙어 있느라 1-2루 간이 넓었던 상황. 하지만 김용의는 1,2루 간을 빠져나가는 안타성 타구를 온 몸을 날려 막아냈다. 실책 직후 자칫 한화 쪽으로 넘어갈 뻔 한 흐름을 차단한 슈퍼캐치. 이 공이 빠졌다면 무사 1,3루가 될 뻔 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구본혁도 1-1이던 2회 선두 타자 송광민의 좌익선상으로 빠져나가는 2루타성 타구를 백핸드 캐치로 아웃시키는 호수비로 승리에 밑거름을 놓았다.
띠 동갑 두 선수가 만들어내고 있는 아름다운 백업의 조화. 잇단 부상 악재 속에서도 LG가 꿋꿋하게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비결이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