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야구전문가들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의 평가대로 열아홉의 소년은 '괴물'이 돼 가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루키 김기훈이 연착륙에 성공했다.
김기훈은 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동안 5안타 2홈런 3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두 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올해 일본 전지훈련에선 두 명의 전문가가 김기훈을 보고 놀랐다. '국보'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과 허구연 야구해설위원이었다. 선 감독은 "하체 중심 이동이 좋다"며 박수를 보냈다. 허 위원은 "류현진의 향기가 난다"며 한껏 기대감을 높였다. 이런 칭찬세례는 김기훈이 실전에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았을 시점에 나온 칭찬이었다.
하지만 시즌의 문을 열자 전문가들의 칭찬이 무색해졌다. 갓 고교를 졸업한 신인에게 프로의 벽은 높아보였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자신의 공을 던지다 실점이 늘어나자 두려움이 생겼다. 결국 자신의 공을 뿌리지 못하면서 승부처에서 정면대결을 펼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관건은 볼넷이었다. 타자들이 유인구에 속지 않자 볼넷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5월 13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2군에서 김기훈에게 내려진 미션은 제구력 향상과 볼넷 줄이기였다. 그리고 44일 만에 임무를 완수한 김기훈은 6월 26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다시 1군에 콜업돼 선발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프로 데뷔승을 따냈다. 2일 NC전에선 비슷한 모습이었다. 변화구 제구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3회 박석민에게 선제 솔로포를 허용할 때도 129km짜리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홈런을 맞았다. 그러면서 속구 비율(84%)을 높였다. 이날 총 투구수 90개 중 76개의 직구를 던졌다. 직구 최고구속은 144km. '알면서도 못 친다'는 말을 김기훈이 증명해가고 있다.
이날 시즌 2승을 챙기지 못했지만 김기훈은 2실점으로 막아내면서 팀의 5대2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기훈은 "경기 전 감독대행님과 코치님께서 볼넷과 홈런을 허용해도 괜찮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최대한 편한 마음으로 던질 수 있었다. 이날 상대 타자들이 내 직구를 노릴 것이라 생각해 변화구를 많이 섞으려고 했지만 경기 초반 변화구 제구가 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1회 만루 위기 때는 주자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던졌다. 특히 포수 승택이 형이 리드를 잘해주기 때문에 믿고 던진 것이 결과가 좋았다. 다시 1군에 올라온 뒤 내 공을 믿고 던지고 있다. 아웃카운트를 잡아가면서 자신감이 더해져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김기훈의 제구가 불안한 면도 있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좋아지고 있다. 이날 전반적으로 좋은 투구를 해줬다"고 전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