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이준호의 고군분투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 조선 최고의 남자 기생이 되어 벌이는 신박한 코미디 영화 '기방도령'(남대중 감독, 브레인샤워·제이와이피픽쳐스 제작).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공명 남대중 감독이 참석했다. 5월 30일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한 이준호는 아쉽게 자리하지 못했다.
'기방도령'은 남존여비 관념으로 여인들이 억압받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라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소재를 내세워 주목을 받는 작품. 신선한 소재만큼이나 사극이라는 장르와 현대극에서 쓰일 법한 유머 코드를 접목시켜 신선한 느낌을 자아낸다. 하지만 코미디에 집중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교훈과 메시지를 주려는 시도는 관객의 몰입감을 급속도로 떨어뜨리며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 스토리 또한 아쉬움을 남긴다.영화 '감시자들' '스물', 드라마 '김과장', '그냥 사랑하는 사이', '기름진 멜로', '자백' 등으로 연기력과 흥행성을 인정 받은 아이돌그룹 2PM 출신 배우 이준호는 이번 작품에서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능청스럽고 코믹한 연기는 '기방도령'이라는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만드는데 큰 몫을 했다. 25세 괴짜도인 육갑 역의 최귀화 역시 독특한 캐릭터 설정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연풍각 안주인 난설 역의 예지원 나름의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이에 반해 다른 캐릭터들의 사용은 아쉬움을 남긴다. 조선시대 여성이지만 깨어있는 사고를 가진 해원 역의 정소민은 초반 설정과 달리 다른 조선시대 정숙한 여성상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영화 내내 답답한 모습만 평면적인 모습만 보여준다. '극한직업'을 통해 입체적이면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던 공명 역시 정형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인 금수저 도령 유상 역에 갇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이날 남대중 감독은 "조선이라는 시대가 고귀하고 고급스러운 시대이지만 시분에 대한 차별이나 남존여비의 부조리한 관념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시대를 해학적으로 풍자해보고 싶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자 기생'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대해 "여태까지 없었던 독특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주제를 먼저 생각했다. 조선의 부조리함을 풍자하고 싶다는 주제를 떠올리고 그를 그릴 수 있는 캐릭터를 떠올렸다"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아리러니하게 천민 계급에 속했던 기생이었다. 그리고 그게 여자가 아닌 남자가 먼저 깨달아서 전하고 싶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메모했던 게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또한 극중 타이틀롤을 맡은 이준호에 대해 "기방은 무겁고 어둡고 색주가의 느낌이 드는게 그걸 완전히 탈피하고 싶었다. 사실 기생은 예인의 이미지가 강한 인물이다. 예인은 아이돌과 접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꼭 준호 배우가 아이돌이라서 캐스팅했던 건 아니지만, 때 마침 준호 배우가 아이돌이라서 춤과 노래는 모두 잘해서 정말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 준호 배우가 길지 않은 짧은 시간동안 한국무용부터 가야금을 너무 열의 있게 준비해 오셔서 정말 저는 골라서 쓰면 될 정도로 호사스럽게 촬영했다"고 칭찬했다.영화 속 웃음을 책임지는 최귀화는 "육갑이라는 캐릭터를 위해 딱히 준비한 건 없었다. 다만 제가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코믹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육갑이 고려왕족이라는 설정은, 다소 심심한 설정을 넘기 위해 감독님과 상의를 하고 집어넣었다"고 전했다.
또한 '기방도령'을 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무엇보다 소재가 참 재미있었다. 저희가 생각을 안해봐서 그렇지 조선시대 열녀라고 불리는 분들이 유흥을 한번쯤을 즐겨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며 "열녀들이 유흥을 즐겼다면 어떤 방식으로 즐겼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걸 기방이라는 공간에서 확장시켜서 꾸며가는 게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예지원은 '기방도령'을 "참 꽃과 같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신박한 코미디이긴 하지만 꽃과 같은 이야기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예쁘고 유쾌하게 그려진 것 같더라. 유쾌한 영화이긴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오기도 하더라"고 말했다.이어 정소민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쉬지 않고 끝까지 읽게 됐다.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너무 재미있다'였다. 정말 만화책 보는 기분으로 후루룩 읽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로 읽는 게 아니라 정말 빠져들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읽게 됐다. 글로 봤을 때는 재미있는 부분을 집중해서 봤다"며 "그런데 막상 영상으로 보니까 우리 영화가 원래 이렇게 슬픈 포인트가 많았나 싶을 정도로 애절하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도 잘 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첫 사극에 대해 "사극이 처음이라 말투부터 정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 부분을 자유롭게 열어주셔서 생각보다 편하게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호흡을 맞춘 이준호에 대해 "준호 씨와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도 단체 톡방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스물'을 할 때는 우빈씨 하늘씨에 비해서 준호씨와 붙는 신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원 없이 함께 하면서 대단한 배우라는 걸 느끼고 배웠다. 그리고 동갑내기 친구라서 편하게 아이디어도 주고 받았다"고 전했다.공명도 '기방도령'의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었던 재미에 대해 언급하며 "시나리오를 봤을 때 선배님들의 말처럼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봤다. 그리고 저는 감독님의 전작인 '위대한 소원'을 재미있게 봐서 감독님과 함께 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한직업'과 또 다른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저조차 긴장을 많이 했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방도령'은 '위대한 소원'(2016)을 연출한 남대중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이준호, 정소민, 최귀화, 예지원, 공명 등이 출연한다. 오는 6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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